열린마당

[작은 이야기] 할머니의 선물 / 이민숙

이민숙(미카엘라·수원시 팔달구 매탄2동)
입력일 2011-06-21 수정일 2011-06-21 발행일 2000-12-10 제 2229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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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동양화 액자를 대구에서 몸소 싣고 와 선물해주신 것이다
마흔네살을 보내는 올 한해는 시작부터 계속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몸도 마음도 무척 지쳐 성당에서 맡은 일들도 힘겹게 느져겨 하나쯤은 그만 두었으면 어떨까 생각하며 얼마전 미사를 마치고 나올 때였다.

본당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예시는 루시아 할머니께서 내 손에 무언가 꼭 쥐어 주며 『단장님, 축일을 축하 드려요 별 것 아닌데 받아주세요』하는 것이었다.

『고맙다』고 인사 드리고 집에 와서 풀어보니 하얀 성 모자상 이었다.

몇 년 전에도 우리본당 가타리나 할머니께서 화가인 둘째아들에게 꼭 선물할 사람이 있다며 몇 번 씩 부탁해서 준비했다는 커다란 동양화 액자를 선물 받은 적이 있었다.

카타리나 할머니는 커다란 동양화 액자를 대구에서 몸소 싣고 와 선물 해주신 것이다.

할머니는 『같이 사는 큰아들에게도 얻어주지 못했다며, 큰아들 내외가 알면 섭섭해 한다』고 성당에서 조심스럽게 전해 주었다.

선물을 받는 순간 마음이 뭉클하며 눈물이 핑 돌았던 일이 기억난다.

큰아들께도 못 얻어주신 동양화를 선물 해주신 카타리나 할머니.

할머니의 마음과 축일을 기억해 선물을 준비하신 루시아 할머니의 마음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맙고 잊지 못할 따뜻한 사랑으로 느껴졌다.

지금도 지치고 힘이 들 때 할머니의 선물을 바라보면 할머니의 미소가 떠올라 현실의 힘겨움도 잊은 채 즐거움과 기쁨으로 마음이 환해져 힘이 나곤 한다.

대림시기를 맞아 본당의 봉사가 힘겹고 어려울 때 아기계수를 생각하며 더 낮아지고, 더 용서하고, 더 내어놓고, 더 깨끗해지고, 더 열심히 하고, 더 사랑해야지, 다짐해 본다.

이민숙(미카엘라·수원시 팔달구 매탄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