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복음해설] 135. 항상 기도하고 낙심치말라/김구인 신부

김구인 신부ㆍ요한보스꼬ㆍ베네딕또회
입력일 2011-05-27 수정일 2011-05-27 발행일 1983-10-16 제 1376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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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9주일 
(루까 18장 1~8절)
믿음에 큰 시련이 올때라도
꾸준히 매달리고 기도해야
하느님의 자비와 도우심 의심해선 안돼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하면서 주저 물러앉을 수밖에 없다는 심정을 느낄 때가 있다. 더구나 진실과 진리가 짓밟혀 버린다는 생각이 들 때면 더욱 그렇고 불의가 의로움으로 둔갑하여 나타나 판을 친다고 느낄 때에는 울분마저 치솟는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조금씩 당신께서 당하셔야함을 알려 주었고 부활ㆍ승천하신 후 제자들 자신의 모욕고발심문 치명, 한마디로 사탄의 때에 당할 믿음에 대한 시련을 예상할 때에 제자들은 근심과 불안에 싸이게 되었다.

오늘 루까복음은 이런 제자들에게 하느님의 때, 정의의 때, 평화의 시간이 온다고 확신하고 있는 예수님을 그리고 있다.

낙심하지 말고 어느 때에나 기도하여라. 끝까지 충실하게 믿음을 지켜야한다고. 하느님의 자비로우심과 그 도우심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다.

오늘 과부와 재판관의 비유는 루까복음 11장 빵 세 개를 꾸러 온 친구의 끈질김 때문에 청을 들어준다는 비유와 쌍을 이루는 내용이다. 지난 연중 제17주일 「내 삶이 기도이게 하소서」에서 기도에 관하여 생각했던 것처럼 오늘의 비유도 기도에 관한 가르침이다. 『언제나 기도하고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이렇게 비유를 들어 가르치셨다』고 기록하고 있다.

오늘의 비유 가운데 과부는 억울한 일에 대해서 올바른 판결을 해달라고 끈질기게 졸라댄다. 여기서 우리가 청을 하느님께 드릴 때에 「꾸준히」해야 함을 읽을 수 있다. 「항상 기도하라」는 말씀이 분명하면서도 한편 오만한 재판관의 태도로 부터 하느님의 모습을 그린다면 꼭 들어맞지는 않는다. 예수께서 말씀하시듯이 하느님이 「고약한 재판관」같은 분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찾을 수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런 고약한 재판관도 졸라대는 과부를 위해서 올바로 판결하여 주는데 하물며 하느님께서랴! 예수께서 친히 분명하게 말씀하신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지체 없이」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실 것이다』너희는 하느님께서 택하신 백성인데 시련 가운데 오랫동안 그대로 내버려 두시지 않으신다는 확신을 가지고 하시는 말씀이다.

오늘 복음 끝에 마지막 때에 『세상에서 밀음을 찾아 볼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하신다. 믿음에 대한 큰 시련이 올 때에라도 꾸준히 기도하고 낙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신다.

이미 지난 두 주일에 걸쳐 「믿음」을 더하여 주시기를 청하였고 믿을 때에 「감사」를 드릴 수밖에 없음을 보았다. 오늘 다시 진정으로 믿는 이는 항상 기도할 줄 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어느 때에나 기도할 줄 아는 이가 참으로 믿는 사람이다.

마음과 정신을 언제나 하느님께로 향하게 하고 모든 것을 넘어 근본적으로 현존하시는 그 분 안에 항상 산다는 것 ㅡ기도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늘 기도하는 것이 그 생활 전체여야 하는 수도자들에게 마저 기도하기에 참으로 어려울 때가 많다면 일상에 쫓기는 우리네 생활에서랴! 너무 고통스런 시기를 맞고 있다면 더욱 기도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기도할 마음이 내키지 않을 그때에야말로 「꾸준히」「겸손하게」기도해야 할 시간이다.

어떤 사람의 손도 세상의 어떤 힘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진실로 가난하고 무력을 느낄 때라면 하느님만이 도우실 수 있고 그것도 「지체 없이」옳은 판결을 내려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기도와 믿음은 순환적이다. 기도에 대한 시련은 또한 믿음에 대한 시련이 된다. 믿음이 있어야 기도할 수 있다면 기도를 통해서 믿음이 강해진다. 끊임없이 기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애써왔던고! 단순히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느님께서 대신하여 달라고 떠밀어버리는 것이 기도가 아니다.

청원기도일 경우 그 청하는 바로 그것을 위해 혼신의 노력이 없어서는 안 된다. 차디차거나 냉랭한 마음에 불을 놓으시는 성령의 도움을 청하면서 그리스도인은 어느 때에나 기도하고 낙심하지 않는다. 『우리의 도움은 주의 이름에 있으니 하늘과 땅을 만드신 분이시다』

<층계송>

김구인 신부ㆍ요한보스꼬ㆍ베네딕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