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주부살롱] 작은 성탄제/강옥성

강옥성ㆍ유리안나ㆍ서울 잠원동 초등부 어머니 교사
입력일 2011-05-17 수정일 2011-05-17 발행일 1983-02-27 제 1344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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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여러분! 이성당 안에는 누가 계시죠?』

『예수님요-』

『우리는 예수님 계시는 곳에서 막 떠들어도 괜찮은가요?』

『아-뇨』

예수님 앞에선 더욱 더 천진해지는 어린이들이다

우리 본당은 낡은 양철 지붕 아래 정감 있게 이루어져 있는 목조건물이다. 성당은 목조 특유의 발자국 소리가 나고 그 아래에는 사무실 겸 교리 교실이 있다.

그리고 좀 떨어진 곳에 창고 비슷하게 생긴 교리 실이 하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하느님께서 조그마한 마당을 주셨다.

어린이들이 고대하던 성탄제는 성당 안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으며 오히려 아기 예수님을 더욱 경건하게 기다리게 된다.

이틀 동안이 겨울 성경 학교에서 부족한 연출 솜씨와 연기자들의 산만한 분위기와 쪼들렸던 시간들, 또 분장은 어떻게 할꼬…? 세 가지의 연주 발표에 학년별 성가 경연ㆍ개인 특기ㆍ교사들의 합창ㆍ중고교생들의 찬조 출연 등 화려한 프로그램이다.

연기자 스스로가 마련한 분장 효과의 재치 있게 소화시킨 대사들, 어머니 교사들의 지혜를 짠 연출 효과는 훌륭했다. 무대 아래에서 대본을 들고 오가는 어머니 교사들에게서 나는 젊음과 지성을 느낀다. 성탄제의 클라이막스에서 내려올 무렵 어머니 교사들과 어린이들과의 호흡이 교차되는 합창은 공동체 의식을 더욱 교취 시켰다.

더욱이 중고등부 학생들의 성의 있는 찬조 출연과 신부님 수녀님의 사랑의 미소가 성탄제 분위기를 돋보이게 했다.

아파트의 시멘트 숲속에서 아스팔트길만 밝게 되는 우리들은 성당에 찾아옴으로써 흙을 밟고 흙냄새를 맡는다. 짧은 겨울 성경 학교 이틀 동안 하느님은 우리에게 따뜻한 날씨를 주셨다. 교리실이 모자라는 우리는 마당의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노래와 연극 연습을 했다.

따뜻한 날씨는 얼었던 땅을 녹여 진흙 바닥이 되었다. 진흙 속에서도 아이들은 즐거워하며 연습에 열중했다. 성탄제를 마친 성당 안에는 온통 흙투성이였다. 중고등부 학생들이 청소를 자청 했다.

성탄제의 성과는 훌륭했노라고 들 했다. 우리 어머니 교사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성탄제의 효과는 결코 우리들의 힘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하느님은 주님 안에서 일치되어 있는 우리 모두를 어여삐 여기시어 능역과 지혜를 주셨던 것이다.

나는 이 엄청난 사랑에 감사의 눈물을 금할 수가 없었다.

『주님! 당신의 사랑이 가슴에 벅차오릅니다. 당신의 나무에 달려 있는 어린 포도나무 가지들을 저희들이 잘 가꾸어 나가는 포도원 지기가 될 수 있도록 더 큰 용기와 지혜를 주시옵소서.』

강옥성ㆍ유리안나ㆍ서울 잠원동 초등부 어머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