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반사경]

입력일 2011-05-16 수정일 2011-05-16 발행일 1982-11-21 제 1331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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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무엇을 잘못했을까요/ 개미를 한 마리 죽인 일이 있어요/ 그 개미는 사람을 무는 놈이었어요/ 팔, 다리를 따끔따끔 물길래/ 손가락으로 꼬옥 누른거예요─이는 선천성 뇌성마비로 지체활동이 부자유스러운 서정슬 씨의 동시「소녀의 기도」의 한 귀절이다. ▲ 선천성 뇌성마비, 그것은 연약한 한 여인에 불과한 그로서는 차기 어려운 고통 이었던것 같다. 발자국을 옮기려고 몸부림쳐도 미처 두어 발자국도 떼기 전에 쓰러지고 마는 한 맺힌 아픔을 그는 다시, 이렇게 절규하고 있다. 그보다 훨씬 전, 아주 어릴 때/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어요/ 이 세상에 오기 전에 하느님 앞에서/ 무엇을 잘못했길래/ 이런 고통을 주셨을까요?/ 왜 이런 괴로움을 받아야만 하는 걸까요? ▲ 그러나 그는 어머니 뱃속에서 부터 운명 지어진 그의 이 아픔을 한탄하고, 하늘을 우러러 원망하며 절규만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신에게 내려진 감내키 어려운 시련 속에서 하느님의 큰 뜻을 헤아리려 애썼다. 그리고 뜨거운 신앙의 힘으로 이 고통스런 현실을 아름다운 詩語로 승화시켜 놓았다. 새싹회가 이번에 그에게 큰 상을 주며 그를 기린 것도 바로 이러한 연유 때문이 아닐까. ▲ 단순하면서도 소박한, 그리고 때묻지 않은 그의 동시는 숭고한 인간 승리의 노며이며 뜨거운 신앙 고백이기도 하다. 달리는 바람아 쉬어가거라/ 숨가빠 더운 입김 내뿜지 말고/ 춤추는 저 들판을 바라보면서/ 달리는 바람아 놀다 가거라. 여기서 우리는 그의 티없이 고운마음, 그리고 때묻지 않은 맑은 마음을 읽을수 있다 ▲ 그러나 그의 이처럼 맑고 고운 노래속에서 또 하나의 숨겨진 詩心이 엿보이는것은 웬 일일까? 요란스런 겉치레 행사로 바빴던「장애자의 해」를 보내고 또 다시 얼어붙고만 우리네 가슴에 와닿는 이 보이지 않는 憂愁의 그림자─이는 그의 밝은 마음을 자칫 욕되게 하는 생각일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육신보다 더욱 소중한 마음이 병들어 가는 우리네 가슴을 향한 수많은 장애자들의「소리없는 항변」이라면 지나친 생각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