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여성살롱] 여자의 한창나이/김영림

김영림ㆍ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 77동 305호
입력일 2011-05-16 수정일 2011-05-16 발행일 1982-09-19 제 1322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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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흔히 결혼하기 직전에 있는 남녀를 가리켜 「한창 나이」라고 들 한다.

하나 더도말고 인생70을 놓고볼때 여자의 한창나이는 역시 30~40대 안팍이 아닐까. 이 나이쯤이면 살림하는 맛도 들이게 되고 아이들도 어느정도 자라서 국민학교 저학년에서 고학년에 이르게 된다.

저학년 꼬마에게선 무한정한 재롱과 귀여움을, 고학년 아이에선 상급 학교에 대한 흥미와 관심 거리의 대화를 하게 된다.

선배의 얘기를 빌리면 그 태도 아이들이 국민 학교에 다닐 때가 가정적으로 재미있었다고 들 한다. 자식들이 좀 더 자라 대학에 갈 시기가 되면 목적하는 학교에 합격하기까지 부모와 자식은 너무도 힘든 일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그 후 취직 · 결혼 문제 등 등 많은 일들이 부모의 마음을 무겁게 누르고 있다.

내 나이 30대 후반, 가만히 지난날들을 돌이켜 본다. 결혼생활 10여 년이 지난 오늘도 불변의 생활 연속이다.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으나….

하기야 정자 좋고 물 좋은곳이 없으련만 새하얀 꿈을 안고 시집온지 어언 13년. 그러나 우리 부부는 같이 지낸 날이라곤 고작 5년 남짓한 것 같다. 그러니까 7 ~ 8년을 과부 아닌 과부 생활을 해 온 것이라면 웃기는 얘기가 될까? 실상 그렇게 살아 왔다.

그의 직장 관계로 지방 아니면 해외로 근무하게 되니 그이는 습관적으로 가정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형편이었을지 모를 일이다. 수개월 아니면 1년에 한번 씩 집이라고 들르실때면 마치 손님 모시듯하는 형편이고 사실 좁은 소견의 아녀자로선 그동안 늘 불만과 원망의 씨름이었다.

어쩌다 동창 모임이라도 나가게 되면 『얘! 영림아 너 또 독수공방이야, 너도 참 안됐다. 한창 나이에』라는 동정(?)의 말을 듣곤 한다.

그럴때면 나도 모르게 가슴속이 뜨거워짐을 느끼지만 곧 태연히 대답한다. 『우리는 영적인 부부란다.』라고. 하지만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낮에 친구들에게 한 얘기는 어느정도 위선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주인없는 집을 지키는 나그네의 심정을 이해 하면서…… 때론 천주님께 투정도 응석도 부려보곤 했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곧 바람 앞에 등불이 되고 만다. 저녁 늦게 아이들방에 들어가 자고 있는 귀여운 모습들을 들여다 보노라면 저절로 주님께 감사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이 아이들을 제게 주시지 않았더라면……

아무도 반기는 이 없는 덩그런 안방에 그래도 성모님의 자애로우신 품위와 미소가 허전한 내 마음을 달래주시며 말씀하신다. 『아녜스, 지금 이 시련은 앞으로의 많은 날은 살아가는데 더욱 더 보람되고 충실한 나날이 되기 위한 준비이다.』

『네. 그렇습니다. 몇 개월 아니 몇 년에 한번 씩 들르셔도 절대로 투정 않겠읍니다. 성모님. 그이의 건강만 잘 보살펴 주시기로 약속하세요.』

그 이가 귀국할때까지 기쁜 모습으로 만날 수 있게 해 달라는 간절한 기도와 함께 그동안 너무 욕심을 부린것 같아 성모님께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늦은 이 밤에도 묵주의 기도와 함께 잠을 청해본다.

■ 애독자 여러분의 많은 투고를 바랍니다. 원고를 보내실 때는 필히 원고지에 정서하여 보내주시고 주소와 주민등록번호를 명시 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영림ㆍ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 77동 30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