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여성살롱] 묵주의 기도 9일/이부남

이부남ㆍ서울 새남터 본당
입력일 2011-05-16 수정일 2011-05-16 발행일 1982-08-29 제 1319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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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하느님!

끈적이는 여름 낮 가운데를 환희와 기쁨과 감사 속에 울음이 북 받쳐옴을 주님 앞에 무릅 끓고 앉아 감사 기도를 드립니다. 주님! 주님의 크신 사랑을 마음속 한 아름 안고 쓰러질 듯한 제 모습을 보셨는지요. 미약하고 보잘것 없는 제게도 이 영광과 사랑을 주시다니 감히 바랄 수도 없는 저에게 주님이 함께 계심을 증명해 주셨습니다.

주님을 찾아 온가족이 영세한 지 두달반 쯤. 모든 고난과 서러움을 주님 앞에 달래고 자위하면서 평온을 얻고자 했었읍니다. 아빠의 서글픈 객지 생활로 가정은 안타까운 기다림 속에 불안 초조했읍니다. 어김없이 주일이면 찾아 왔다 철새 처럼 떠나는 아빠의 뒷 모습은 처자와 함께 살고 싶어하는 외로움이 역력 했읍니다.

그러는 세월이 3년이 넘는 오늘 이었읍니다. 가난하고 의지가 약해지려는 아빠에게 힘과 용기와 지혜를 주시옵고 한 가정이 올타리안에 살면서 주일이면 주님의 성전을 찾을수 있도록 도와 주소서.

모든 불안과 초조속에서 해마다 오직 주님만을 생각하게 하여 주소서.

성실하게 주님을 따르며 믿고 의지하며 살 수 있는 모범적인 성 가정을 이루게 하여주소서.

두 손을 모아 주님의 희생의 사랑을 생각하고 성모 어머니의 인자하신 모습을 우러러 묵주알을 굴리며 54일 기도하는자의 마음의 깊이를 재는 듯 촛농 흐르는 제단 앞에 9일 목주 기도가 끝나고 사흘되는 날 이 기적을 제게 주셨읍니다.

주님의 높으신 권능, 인류가 할 수 없는 권능으로 도저히 본사 근무가 될 수 없는 현장 근무자에게 겸직 근무로 끌어 올리셨읍니다.

9일 목주 기도가 끝나는 동안 주님께서는 필요 없는 사랑을 끌어 내셨고 필요한 사랑을 끌어 올리셨읍니다.

주님께 무엇이고 드리고 싶사오나 드릴 것이 없사옵니다. 주님의 크신 사랑에 저희 다섯 가족의 작은 사랑을 모아드립니다. 주님의 성실하고 착한 자녀로서 성모 어머니의 딸로서 흠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노력하며 배반하지 않을 것입니다. 감사 하옵니다.

기뻐하는 저희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며 미소 지으실 주님. 저희와 항상 같이 하소서! 저희가 받은 주님의 사랑 저희를 아는 모든 이웃과 함께 하며 나눔의 사랑으로 하겠읍니다. 밤깊이 가는줄 모르며 아빠와 마주 앉아 주님을 찬양하는 마음. 믿는이의 마음이 이렇듯 훈훈하고 뿌듯 할 줄이야.

생전 처음 느껴보는 환희와 기쁨속에 온 가족을 기쁘게 해준 엄마와 아내의 기도 드린 꺼칠한 두 손의 도도한 모습과 솜같은 마음, 두 눈에 눈물이 흠뻑 고였읍니다.

천주께 감사드립니다.

이부남ㆍ서울 새남터 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