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주부살롱] 가을에 깨우친 주의 사랑/이선희

이선희ㆍ체칠리아ㆍ서울 강남구
입력일 2011-05-09 수정일 2011-05-09 발행일 1981-10-25 제 1277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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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의 해맑음 속에 문득 가을을 생각한다. 맑고 투명한 공기가 좋아 나는 심호흡을 해본다. 제 3한강교 밑을 흐르는 강물의 반짝임에서. 우리 아파트 베란다에서 올려다 본 하늘의 드높음에서 나는 가을의 진한색깔을 보고 가을의 냄새를 맡는다. 어느덧 계절이 달라져가고 있는가. 추석을 며칠 앞두고 나는 친정아버님묘소엘 갔다. 항상 살림에 파묻혀 게으른 탓에 찾지 못하는 내아버님이 잠들어 계신곳. 많은 교우들이 함께쉬고 계신천주교묘지. 나지막한 언덕과 알맞은 산봉오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선곳. 편안한 휴식이 나무사이로 스며있던곳. 어쩌면 고향과도 같은곳. 코스모스와 들꽃과 갈대의 무리를 지나 나는 아버님묘비 앞에 섰다.

돌아가신 지 15년. 그리고 나의 냉담한 시절10년. 냉담에서 깨어난 후로는 처음으로 나는 아버님 묘소에 인사를 올리고 마음깊이 기도를 드렸다. 돌아 보면 그것은 답답 하고 어리석은 혼돈의 연속이었다. 몸과 마음이 함께 고통스러웠으며 여러가지로 시달렸다.

그러나 끝내는 다시 제 자리를 찾아왔다. 냉담했을 동안 더욱 외로우셨을 아버님의 영혼을 생각하고 나는 또 한번고개를 숙인다. 아버님의 미소가 생전의 모습 그대로 눈앞에 떠오른다. 인자로왔고 다정스럽던 아버지의 사랑. 그대로가 나를 포근히 감싸주고 있다. 갑자기 나는 하느님의 사랑도 이런것이 아닐까 싶어진다. 보고 만지고 들을 수 없어도 느낌으로 알아지는것.

어느 누구라도 마음을 비는 기도를 올린다. 『주여. 이몸을 당신 뜻에 맞는 사람되게 하소서. 항상 이끌어주시고 도와 주시며 지켜 주소서』잔잔한 평화와 기쁨이 안개처럼 피어 오른다. 아버님 영원히 안식 하소서. 복자들에게 드리는 기도를 마치고 나는 천천히 산을 내려갈 준비를 한다.

이선희ㆍ체칠리아ㆍ서울 강남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