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주부살롱] 꼬마의「아멘」/정영재

정영재ㆍ부산 진구 가야2동 500~4번지
입력일 2011-04-18 수정일 2011-04-18 발행일 1979-04-15 제 1150호 8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결혼 한지 5년이 되는 동안에 어느새 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큰 아이가 4살. 작은 아이가 2살이다. 큰아이는 일요일을 무척 기다린다. 아빠 엄마와 아기와 함께「아멘」하러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아빠가 늦잠을 주무시거나 TV가 아침부터 나와도 빨리 밥 먹고 세수하고「아멘」하러가자고 아빠 잠을 깨우며 성화가 대단하다.

어린게 무슨 신앙심이 있어서 성당에 가자는 게 아니고. 성당에 갔다 오는 길에 껌과 과자 사먹는 재미로「아멘」하러 가자고 조르는 거지만 아무리 덥거나 추워도 가자고 하니 대견하다.

그런데 작은아이의「아멘」하러가자는 이유는 또 다르다.

우리 본당엔 유치원이 있어서 마당에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 미끄럼틀이며 빙빙 돌아가는 그네며, 사다리를 오르내리는 철봉이며, 집안에서만 뱅뱅 돌며 놀던 아이에게는 신보의 세계인 것이다.

「아멘」하러 가지만 놀이터에 가서 그네타고 싶어서 아예 성당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게 한다.

그래서 일요일이면 아이들 성화 때문에도 만사를 제쳐놓고「아멘」을 하러 성당에 간다.

그러나 아무리 아침부터 서두르고 아침 먹은 설겆이도 못하고 빠르게 달려가지만 늦기가 일쑤이다.

헐레벌떡 뛰어서 상당에 가는데도 가서는 미사참례는 뒷전이다.

놀이터로 도망가는 두 아이 뒤만 쫓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강론시간이고 겨우 달래서 성당으로 데리고 들어가면 또 성당 안에서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니 시끄럽다고 또 쫓겨나 나온다. 그러다보면 헌금 못내는 날이 허다하고 아예 미사는 마당에서 확성기로 간간히 들리는 기도문 소리와 울려 퍼지는 성가소리로 짐작함하고 만다. 그러자니 영성체하기도 뭣하고….

어떨 땐 한심하기도 하며 남들은 미사를마치고 성당에서 나오는데 되려 들어가서 간단히 조배를 하고 나온다.

그나마 마음대로 안 된다. 모두 집에 가는걸 보고 우리도집에 가자고 떼를 쓰고 울기 때문이다.

이런 미사참례를 몇년째 계속해오고 있으니 이젠 타성에 젖어서 조용히 미사참례를 못해도 그저 덤덤할 뿐이니 이런 병은 무엇으로 고쳐야 할지 걱정이다. 주님께서 애교로 봐주실까?

그래도 일요일 아침이면 「아멘」하러 가자고 조르는 아이가 있고 동동걸음치며 바쁘게 서둘러야할 시간이 있으니 난 즐겁다.

「천주께 감사」

정영재ㆍ부산 진구 가야2동 500~4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