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독자논단] 교육(敎育)인가, 교륙(絞戮)인가/고서영

고서영(율리안나·에세이 ‘늘 깨어있어라’ 저자)
입력일 2011-04-18 수정일 2011-04-18 발행일 2000-08-06 제 2212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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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교육은 가르칠 교, 기를 육, 교육이 아니라 목조를 교, 죽일 륙, 교륙이라고 어느 신문의 논설위원이 지적한 바도 있지만 교육에 대해 조금만 관심있는 이 땅의 지식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오늘의 한국교육은 사람 죽이는 교육이라고 개탄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옆집 아이가 하니까, 동네 친구가 무슨 과외를 하니까 나도 안하면 안된다고 따라하는 그런 맹목적인 교육현실, 이 현실이 숨막혀서 아예 이민의 길을 선택하는 386세대가 늘고 있다는 추세는 그 부작용 중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일류대학, 아니 서울대학을 향한 그 집요한 우상숭배. 그래서 온 국민이 하나같이 섬기는 대학교라는 신흥종교, 속으로 골병 들어도 그래도 서울대…. 입시가 극도록 치열해진 최근 한 10여년 전부터 현장에서 일류대 젊은이들의 정서와 접해 본 사람들은 그들이 속으로 든 골병이 얼마나 심각한지 쉽게 체득하게 된다. 과연 이런 정서의 청년들에게 이 나라의 미래를 맡길 수 있겠는가? 대답은 간단하다. 「불가능」. 그들은 입시를 위해 부모에 의해 희생된 희생물인 것 같았다. 책임감 없고, 의존적인 그들과 우리의 희망찬 미래와는 별로 상관이 없어 보인다.

산업화 시대에나 통용되던 주입식 교육은 이제 더이상 힘이 없음을 그들이 몰랐다는 것이고, 그래서 고급 두뇌의 소외감은 더 늘어날 것 같다. 오히려 일류대가 판치던 시대에 뒤로 처져 있어야 했던 창의력 있는 사람과 원시안적으로 미래를 볼 줄 알고, 자기 소질을 묵묵히 계발해온 지혜로운 사람들이 기를 펴고 사는 때가 이미 시작되었다.

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기성세대가 학생들에게 저질렀던 그 목조르기의 실태는 일일이 언급하기도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어떤 학교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인간 교육 잘 시킨다고 자긍심도 높고 유럽의 전통있는 종교재단의 학교로서 이상한 우월감까지 있는 학교였는데, 바로 그곳에는 교육이 아닌 교륙의 일을 아무 죄책감 없이 오랫동안 실시해 온 교육 책임자들이 있었다.

대한민국의 어느 대학에도 없는 황당한 학사제도를 만들어 학생들 숨통을 조르는 일을 했는데, 거기다 한술 더 떠 성격파탄의 일부 여자교수들은 여자 대학의 여학생들에게 시기 질투심이 발동했는지, 부당한 학점으로 골탕을 먹이거나, 교묘한 방법으로 학생들을 괴롭히는 반교육적인 일도 일어났었다. 이렇게 앞 뒤로 학생들 목을 조르니 급기야 남자교수 몇 사람이 집단으로 학교 책임자에게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분들 스스로 일시에 다른 학교로 이직해 버리는 사건도 발생했다.

외부의 일반 사람들은 고등학교 교과서에까지 등장하는 좋은 이미지의 학교에다가 들리는 소문이 학교 운영을 잘해서 인상이 좋다는 말만 할 뿐이었다. 속으로 곪아있는 내면의 모습을 그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종교재단의 학교 운영자들이라는 사람들이 교육자로서의 철학, 즉 인간교육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철학이 없고, 오로지 학교 명예를 올려야 한다는 일념과 아울러 자신들의 명예욕을 채우려는 야심과 고집을 똘똘 뭉쳤던 것이다. 종교적 신념이 아니라 병적으로 삐뚤어진 외고집으로 학교 현장을 지키는 위선적 지식인의 한 표상일 뿐이었다. 사필귀정, 인과응보라 이제 그 학교는 한국의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교육에 철학이 빠져 있을 때 그것은 교육이 아니라 인간성 말상의 한 행위에 불과할 뿐이다.

고서영(율리안나·에세이 ‘늘 깨어있어라’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