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독자제언] 중국 방문자의 안전과 대책/명길랑

명길랑(요셉·서울 금호동본당·비전경영전략컨설팅 원장)
입력일 2011-02-08 수정일 2011-02-08 발행일 2000-04-02 제 2194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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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중국 조선족에 의한 납치·살인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이런 사건들은 이미 오래전에 잉태하고 있었다.

필자가 98년 4월 하순에 북한 식량 지원단의 일원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 조선족 안내인에게 중국 조선족의 한국에 대한 정서가 어떠나고 물었더니 남북한 사이에 전쟁이 나면 북한으로 가서 남한을 쳐부수겠다는 것이 조선족의 정서라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을 드나드는 남한 사람들이 조선족을 물질적, 정신적으로 괴롭혀 왔기 때문이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돈자랑을 하고 과시욕이 강하다. 술을 마시면 폭탄주에다 1~2차는 보통이고, 술이 취하면 지갑을 열어 돈자랑을 하고 더 나아가 단한한 가정을 파괴하고, 몸에 좋다는 식품은 무차별적으로 구입한다. 한마디로 졸부 근성이다.

자만심이 너무 강하다. 조선족에 대해 군림하고 경시하는 언행은 마치 선택된 사람들처럼 행동한다. 영국에서는 나이와 월급이 얼마냐고 묻는 것은 비신사적이라고 하는데 월급이 얼마냐고 묻고는 그것도 월급이냐고 핀잔을 준다.

중국을 한국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중국은 분명히 외국인이 가서는 안되는 곳이 정해져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드나든다. 이것은 중국법을 어기는 것이고 방문국의 국법을 어기는 행동은 보호받기 어렵다.

나는 89년부터 10년 가까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공부 를 해온 사람으로서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550만 해외동포 중에 북한에 가장 영향력을 행사할 동포는 중국 조선족이다. 왜냐하면 중국 조선족은 북한에 친인척이 많고 50년 이상 사회주의를 같이 해오면서 왕래가 많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북한 주민들을 설득할 때 다른 나라에 거주하는 동포들보다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이 지경에 이르도록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92년 한·중 국교수교 후 중국을 드나드는 방문자가 매년 급증하고 있는데 그 후유증을 예상, 검토하고 대책을 수립하여 실행해 왔다면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이번 현지 공관의 대처는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정부는 지체없이 진상을 파악해 직무유기에 해당하는 사항이 있다면 해당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납치·살해 등의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 시행해야한다.

첫째, 중국 방문자에 대한 교육이다.

현재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사람들은 현지 공관에서 중국의 제도, 문화, 사회동향에 대해 선도하고, 국내에서는 중국 방문자에 대한 소양교육을 부활·시행하든지 주의사항을 책자로 만들어 방문자에게 배포하여 개도해야 한다.

둘째, 한·중간의 공조체제 확립이다. 지금까지 발생한 사건에 대해 중국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는 우리 정부의 대중국 외교력에 문제점이 있다. 해상 사건을 비롯하여 중국과 관련된 사안들이 현재 미제로 남아 있음이 이를 증명한다. 한·중간의 범죄인도조약이 곧 발효될 예정이지만 실제 행동이 문제이다. 양국간의 크고 작은 사건의 증가는 한·중 우호관계에 좋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여 중국 정부의 적극성을 도출해 내야 한다.

셋째, 동포애적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 조선족의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중국 내 한국인에게도 문제가 많지만 국내에 체류중인 조선족의 불만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외교통상부의 통계에 따르면 99년 말 현재 국내 체류 조선족은 6만7000여명이고, 이중 불법 체류자는 4만2000여명이다.

정부는 불법 체류자 자진신고 기간을 설정하여 신고자에게 합법적인 출국과 재입국을 허용하고 산업재해 보상의 편의를 봐주는 등 특별배려도 하고 있으나 국내 조선족의 처우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의 근본대책이 있어야 하겠고, 특히 조선족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이 이들의 약점을 악용하지 말고 동포애적 차원의 호의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중국 조선족들의 마음도 달랠 수 있다.

넷째, 중국 방문자들의 각성이다. 외국에서 한사람의 언행이 자신의 안위와 국민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가를 깊이 깨달아야 한다. 외국인들의 한국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국내외에서 우리들의 언행이 빚어낸 결과이다.

중국에 가서 돈을 헤프게 쓰고 교만한 언행을 한 사람들은 돈만을 가진 사람들이다. 인간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예절과 일반적인 교양을 갖지 못하고 돈만을 가졌기에 헤프게 쓰고 돈의 힘을 믿고 교만을 떤 것이다. 이것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량한 중국 방문자들과 국민 전체에까지 피해를 입히고 있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중국 조선족 안내인이 지적한 졸부 근성을 버려야 하고 겸허한 자세를 익혀야 한다.

명길랑(요셉·서울 금호동본당·비전경영전략컨설팅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