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독자제언] 밀레니엄 국민의식/이완진

이완진(마르티노·부산교구 전포본당)
입력일 2011-01-25 수정일 2011-01-25 발행일 2000-03-26 제 2193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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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행동양식 근저에는 고급성이 만연하고 공중도덕이나 질서의식의 부재도 우려할말한 수준이라 단언해도 지나침은 없을 것 같다.

예컨대 차량운행은 양보가 우선이지만 현실적으로는 한결같이 어림없는 행위요, 미덕은 낭패의 첩경이니 개개인의 한국인은 우수할지언정 다수가 되면 그 반대 형상이 되니 이러한 병폐의 근원적 치유와 인식의 변화없이 아무리 새천년이 도래한들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되고 도덕성이 상실된 미래는 더이상 약속의 시대로 볼 수 없을 것 같다.

기실 문란한듯 하면서도 내재된 질서의 틀이 있고, 국민적 의식이 확고한 일본의 상황과도 판이하니 언필칭 물질문명이 가져온 시대의 부산물로 치부하는 것도 따라서 이치에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각설하고 지난 여름 중국 체류시 북경에서의 일이다.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고가도로 밑으로 진행중에 갑자기 자전거를 탄 여자가 전방에서 커브를 도니 차는 급정거하고 승객도 놀랐다. 긴장하여 버스기사의 행동을 주시하니 그는 안도의 한숨 끝에 의외로 욕설 대신 짧은 충고로 대신하고 여자는 계면쩍게 웃으며 갔다. 대범한 그 행동에 탄성과 함께 다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그는 조선족이었으니 그렇다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우리에게도 유사한 행동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되며, 작금의 현실 역시 국민성이나 개인적 함량미달로 단정키 이전에 근원적 사회정의의 실종과 제도적 모순이 결합된 사회적 병리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보여진다.

우리가 다시금 찬란한 동방의 등불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질서뵈복과 인성교육에 초점을 맞춘 전반적 개혁운동을 절감하며 이에 우리 종교인들의 주도적 역할이 요구되기도 한다. 막이 오른 새 세기에 우리의 부도덕을 후손에게 물려주어서는 안되며 양질의 우리 국민들이 악습을 역이용하거나 답습만 한다면 미래는 기약없이 암울해질 뿐 우리가 지불할 대가만 가중될 뿐이다. 경제대국 일본의 독보, 地大物傳 중국의 무한한 잠재력의 태동에 우리가 외형적으로 대처하는 이상으로 이러한 인간본연의 근본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되며 이것은 우리의 내면에 잠재된 착한 본성으로 회귀하는 획기적 계기로 발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으로 우리의 조국을 인간답게 사는 좋은 세상으로 변모시키기 위하여.

이완진(마르티노·부산교구 전포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