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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상 안에 존재하는 교회/권선형 기자

권선형 기자
입력일 2010-12-29 수정일 2010-12-29 발행일 2011-01-02 제 2728호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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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안에 교회가 있을까요. 교회 안에 세상이 있을까요.”

최근 주일미사에 참려했던 기자에게 한 신부가 물었다. 대체 저 질문이 무슨 뜻일까 한참을 고민했다.

질문했던 신부는 기자에게 이렇게 답했다. “교회는 세상 안에 존재합니다. 세상과 호흡해나가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토록 바라셨던 모든 인간이 구원받는 세상을 완성해야 해요. 교회는 교회 안에 머물러 있으면 안됩니다.”

그렇다. 그의 말처럼 교회는 세상 안에 존재한다. 세상은 아직 하느님 나라가 완성되지 않았고 교회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평신도들은 세상 안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평신도들은 세상 안에서 정치, 사회, 교육,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을 받고 가치관을 형성해 나간다.

문제는 현재 한국사회가 갈수록 복음과는 동떨어진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제일주의, 개발 지상주의, 성공 지상주의가 사회를 지배하고 경쟁대열에서 탈락한 인간은 가차 없이 도태 당한다. 그 안에서 평신도들이 생활하고 있다. 자연히 물질만능주의, 무한경쟁주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살아간다. 그런데도 교회는 조용하다. 때로는 사회문제는 관여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문제에 대해 평신도들이 식별할 수 있도록 교회는 분명하게 가르쳐야 한다. 서로 다른 이념과 가치관 이해관계 때문에 신자들이 교회를 떠날까봐 두려운가.

그럼 몇 년 뒤의 교회 모습을 상상해보자. 교회가 신자들에게 말했다. “신자 여러분 재화에 대해 교회는 이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투기하는 것은 신앙인의 모습이 아닙니다.” 그러자 한 신자가 이렇게 답했다. “아니 돈이야 어떻게 벌든지 무슨 상관입니까. 교회가 나한테 밥을 줍니까 쌀을 줍니까. 제가 그 돈으로 교회에 기부한 돈이 얼만데요.”

사실 이러한 모습은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연출되지 않으려면 평신도들에게 하루빨리 사회교리를 가르쳐야 한다.

권선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