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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교회사, 거룩한 이름’/ 오혜민 기자

오혜민 기자
입력일 2010-11-03 수정일 2010-11-03 발행일 2010-11-07 제 2720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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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거쳐 온 모습이나 인간의 행위로 일어난 사실. 어떤 이는 소수의 선택된 사람들이 만들어간 기록이라고도 말한다. ‘역사’다.

수많은 ‘역사’ 가운데서도 ‘교회사’만을 다루는데도, ‘교회사’ 가운데서도 ‘한국교회사’로 추린다하더라도 이것 참, 만만치가 않다. 한국교회 창설뿐 아니라 계속해서 이어지는 박해, 사제영입운동, 회장직, 순교자, 교우촌, 주문모, 정약종, 이승훈, 김대건, 최양업, 파리외방전교회.

‘교회사’의 키워드는 공부할수록 방대하고, 연구할수록 보이지 않는 세계가 드러나는 듯하다. 마치 장막을 계속해서 걷어내는 기분이다. 하지만 교회사가나 연구자도 아닌 내가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교회사 연구를 위한 지원의 부족, 불충분한 사료나 연구 부족이 아니다.

시대가 변화하며 ‘교회사’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떨어질까 우려하는 것이다. 실제로 청년과 청소년들이 교회사에 보내는 관심은 매우 낮다. 속세에 넘쳐나는 즐거움으로 미사 참례도 힘들진대 교회사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톨릭학술상은 이번 수상작을 ‘조선후기 사회와 천주교’라는 교회사 관련 서적을 꼽았다. 조광 명예교수(고려대)가 저술한 이번 책은 천주교 신앙운동이 활발했던 조선후기 사회와 사상을 조명한 것이다.

조광 교수는 인터뷰에서 “이번 가톨릭 학술상은 개인에게 주는 것이 아닌, 한국교회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마련해준 상”이라며 “교회사가 중요하다 생각해준 여러 사람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기까지 했다.

교회사의 중요성을 알아준 사람들에게 보내는 역사학자의 ‘감사’는 우리의 모습을 새롭게 돌아보게 한다. 인터뷰 말미에 조 교수가 말한 ‘모든 역사의 시간에는 전환기가 있다’는 말처럼 지금이 교회사에 보내는 우리 관심의 전환기이길 바란다.

오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