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인터뷰] 제2회 ‘순례와 성지 사목대회’ 다녀온 유흥식 주교

임양미 기자
입력일 2010-10-06 수정일 2010-10-06 발행일 2010-10-10 제 2716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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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는 예수님 체험하는 특별한 은총”
18년만에 순례?성지사목 비전 모색
한국순교 성지 매우 귀한 우리자산
관광 아닌 순례자의 마음가짐 필요
교황청 이주사목과 성지순례사목 평의회가 주최하는 제2회 순례와 성지 사목 대회가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루카 24,29)를 주제로 9월 27~30일 스페인 산티아고에서 열렸다. 1992년 로마에서 열린 제1회 대회에 이어 18년 만에 열린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75개국 25명의 주교와 177명의 사제, 남녀 수도자 평신도 등 각 나라 순례 및 성지 사목을 책임지고 있는 248명의 성지사목 관련자가 참여해 세계 순례와 성지 사목에 대한 비전을 나눴다.

힌국에서는 유흥식 주교(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대전교구장)와 최상순 신부(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성지순례사목소위원회 간사·대전교구 황새바위 성지 전담), 이석우 신부(대전교구 진산성지본당 주임), 이영춘 신부(전주교구 천호피정의 집 부관장)가 참석했다. 대회에서 순교자의 땅 한국 교회 순례지에 대해 전하고 온 유흥식 주교를 4일 대전교구청에서 만났다.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성지순례사목소위원회 유흥식 주교가 교황청 이주사목과 성지순례사목 평의회에서 주최한 제2회 순례와 성지 사목대회 참가한 후 대회에서 논의된 사항과 순례와 성지의 은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순례는 ‘은총의 때’이고 성지는 그 ‘장소’가 됩니다. 이번 순례 성지 사목 대회에서는 순례가 ‘은총의 때’가 되고, 성지가 ‘은혜로운 장소’로 유지?발전하기 위해 어떤 사목이 가장 적합할 지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우리 교회의 매우 귀하고 소중한 자산이 ‘순례와 성지’의 중요성을 마음 깊이 깨닫는 은혜로운 대회였습니다.”

제2회 순례와 성지사목 대회에 참여하고 돌아온 유흥식 주교는 “합당한 사목적 준비가 있을 때 순례와 성지 방문을 통해 특별한 은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 대회를 통해 새삼 느꼈다”면서 교황청 이주사목과 성지순례사목 평의회 위원장 안토니오 마리아 벨리오(Antonio Maria Veglio) 대주교의 메시지를 전했다.

“안토니오 마리아 벨리오 대주교는 엠마오로 가는 여정(루카 24,13~35)에서 의혹으로 가득 찼던 두 제자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알아보게 되었듯, 순례는 지상의 삶에서 예수님을 체험하도록 특별한 은총을 주는 귀한 자산이자 은혜로운 전통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또한 “부활하신 예수님의 구원의 메시지를 선포가 위하여 희망과 단순함으로 세상 곳곳을 순례하고 있다”면서 “성지는 순례오는 이들을 잘 맞아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은혜로운 장소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가꿔져야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유 주교는 전했다. 이어 유 주교는 우리 모두가 ‘순례자’라고 말했다.

“아브라함은 정든 고향을 떠나 하느님께서 가리키는 곳으로 순례를 떠났고, 모세도 출애굽을 통해 가나안을 향한 순례의 삶을 살았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모두 하느님께로 향하는 지상 여정을 사는 순례자입니다.”

유 주교는 특히 성지 순례를 ‘관광’과는 구분하는 순례자의 마음가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지를 향해 걷는 시간이 몸의 건강을 위한 웰빙이 아니라, 순례하는 공동체가 개인적으로 또 공동체적으로 예수님을 만나는 은혜로운 시간으로 꾸미기 위한 합당한 준비에 대해 서로 체험과 의견을 나누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순례와 성지 방문이 ‘성지 관광’이 아니라 하느님을 향한 여정으로서의 순례가 되도록 성지뿐만 아니라 그곳을 찾는 순례자의 마음가짐도 필요합니다”

또한 유 주교는 “성지 순례 후 성지에서 친교라는 이름으로 오락 또는 유흥을 즐기는 것은 순례의 정신과 맞지 않다”면서 “순례를 할 때엔 휴대폰 등을 끄고 오로지 예수님을 만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지에서 하느님과 화해하고 이웃과 화해하는 고해성사와 미사의 은총은 매우 중요합니다. 또 방문한 성지가 지니고 있는 특징을 올바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음의 여유를 갖도록 해야 합니다.”

해외성지순례에 관해서도 “때로 상업적인 여행사와 검증되지 않은 안내자들에 의해 성스러운 해외성지순례의 은총이 작아지기도 한다”고 우려를 표명하며 “성지 숙소나 수도원 숙소에서 더욱 순례다운 순례를 할 수 있는데 별5개짜리 호텔에서 ‘기도’보다 ‘쇼핑’의 기회가 더 많은 순례를 하는 이들을 접할 때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가톨릭신자들의 해외성지 순례를 담당하고 있는 여행사나 안내자들도 자신들의 모습을 순례 본래 정신에 맞춰 깊이 성찰하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성지순례사목소위원회의 책임을 맡고 있는 유 주교는 제2회 순례와 성지 사목대회를 통해 깨달은 바를 한국의 성지 순례사목을 통해 펼쳐나가겠다고 역설했다.

“성지순례사목소위원회를 통해 국내 순례 및 해외 성지순례가 지금까지와 같은 관행이 아니라 순례 본래의 정신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성지와 성지 방문에 대한 사목자들의 올바른 이해를 통해 가톨릭교회의 매우 귀한 자산인 순례와 성지 방문이 이뤄진다면 그 어느 사목보다 큰 영신적 결실을 맺으리라 확신합니다.”

순례 성지 사목대회에 앞서 리비아 트리폴리 한인 공동체와 로마에서 열린 끼아라 루체 바다노(Chiara Luce Badano) 시복식에도 참여한 유 주교는 이어 순례에 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순례를 하다 아무리 좋은 곳을 만나도 그곳에 계속 머무를 수는 없습니다. 하느님 뜻을 찾는 열린 마음으로 다시 배낭을 메고 신발끈을 조여 매야 합니다. 그리고 ‘나는 머리 둘 곳이 없다’며 끝없는 순례의 길을 떠나신 예수님을 찾아 우리도 앞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것이 순례입니다.”

“자신 또한 여전히 순례 중”이라고 말한 유 주교는 9월 18일 리비아, 9월 25일 로마를 거쳐 9월 27일 스페인 산티아고에 도착했으며 모든 일정을 마치고 10월 2일 귀국했다.

임양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