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나의 사목 모토] 120. 김호균 신부

김호균 신부·대구대교구 사목국차장 청소년담당·1998년 서품
입력일 2009-11-03 수정일 2009-11-03 발행일 2009-11-08 제 2671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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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 (요한 3, 30)

‘165cm, 165cm쯤, 160cm쯤’ 무슨 말인고 하니 제가 서품 받을 때 같은 성구를 선택했던 동기들의 키입니다.

서품을 받을 때쯤 되면 평생 먹고 살아가야할 비장의 무기를 갈고닦게 됩니다. 저 역시 평생 하나의 모토를 준비해야 했고,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전에 저는 몇 년 전부터 ‘저는 믿습니다.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주십시오.’(9마르 9, 24)로 정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하느님을 믿는다고는 하지만 늘 불안하기만 한 저의 믿음에 대한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성경을 읽던 중 갑자기 눈에 번쩍하고 뜨이는 것을 찾게 됐습니다. 그것이 바로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였습니다. 무릎을 치면서 “바로 이거야”했고, 의기양양하게 서품식에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똑같은 성구가 세 개나 걸려있는 것이 아닌가요. 찬찬히 이름을 살펴보니 동기들 중에 제일 작은 난쟁이들이 고른 것들이었습니다. 속으로 한참을 웃었습니다. “외모로만 보면 이미 이루어 졌는데…”

각 사람마다 약점이 있고, 약점들과의 유혹과 치열한 싸움 역시 사제로 살아가는 또 다른 모습일 것입니다. 저 역시 드러내고 싶고, 앞서고 싶고, 높이 오르고 싶은 유혹이 있었고, 지금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제 마음속의 교만을 찌르는 송곳같은 그 무엇이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요한복음 3장30절이었습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속으로 이런 말들을 합니다.

“다른 사람이 니보다 낫다. 내가 하는 일은 다른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다. 지금까지 내가 한 일들은 내 능력이 아니라 다른 분들의 도움과 하느님의 은총이다. 절대로 나서지마라, 모든 영광은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돌려라.”

김호균 신부·대구대교구 사목국차장 청소년담당·1998년 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