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나의 사목 모토] 117. 허용화 신부

허용화 신부·마산교구 진주 하대동 본당 보좌·2005년 서품
입력일 2009-10-14 수정일 2009-10-14 발행일 2009-10-18 제 2668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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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과 내 말이 언제나 당신 마음에 들게 하소서” (시편 19,14)

예전에 부제서품을 준비하던 3주간의 피정 때 저는 그 피정을 통해 제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제가 예수님을 참으로 사랑하는 줄을 알았습니다.

제 모든 것을 다 바쳐 그분만을 사랑하고 그분만을 바라보는 줄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피정을 하면서 제 마음 속의 깊은 욕구를 보고 저는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예수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저 자신이었습니다.

오랜 시간의 피정을 하면서 제 안에 굳게 숨겨진 그 마음을 확인하고 나니 오히려 제 마음은 그때부터 더욱 편해졌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부족한 제 마음을 아시는 주님께서 그래도 저를 쓰시겠다고 부르시고, 당신의 사제직으로 이끌어주셨으니 주님의 그 크신 사랑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주님에 대한 내 사랑’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나를 쓰시겠다고 불러주시는 ‘나에 대한 주님의 그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저는 제 평생의 모토로 시편 19장 14절의 “내 생각과 내 말이 언제나 당신 마음에 들게 하소서”라는 구절을 성구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사제서품식 때 제단 앞에 가장 낮은 자세로 엎드려 눈물로 다짐했었습니다.

이 마음을 평생 잃지 않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이제 서품 받은 지 만 5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지난 삶을 뒤 돌아보니 그때의 첫 마음을 많이 잃은 저를 봅니다.

투정도 많고 불평, 불만도 많은 제 모습을 봅니다. 제가 참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주님께 죄송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그때의 첫 마음을 되찾고 싶습니다.

허용화 신부·마산교구 진주 하대동 본당 보좌·2005년 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