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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목 모토] 116. 정재성 신부

정재성 신부·대구대교구 포항 문덕본당 주임·2000년 서품
입력일 2009-09-29 수정일 2009-09-29 발행일 2009-10-04 제 2667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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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 (필립 1,21)

저는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반대학 졸업 후 26세의 나이로 신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신학교 입학 후에도 아버지는 계속 반대하셨는데, 제가 신학교 3학년이었던 1994년 부활절에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그때 제가 얼마나 기뻤던지 주님께 감사드릴 뿐이었습니다.

그럭저럭 신학교 5년이 흘렀고, 몇 개월 후의 부제품을 준비하던 시기에 갑자기 ‘프랑스로 유학 가라’는 청천벽력 같은 명령을 받았습니다.

언어, 생활방식, 사고방식 등 모든 게 낯선 프랑스 생활에 적응하고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것은 참으로 힘들고 벅찬 일이었습니다. 그때 제게 큰 힘을 주었던 성경구절이 바로 제 사제서품성구인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필립 1,21)였습니다. 그때부터 이 구절은 제 유학생활에 위로가 되어주었고, 또 거룩한 힘을 주었습니다.

이 말씀이 없었다면, 제가 2년 4개월간의 유학생활을 잘 버텨낼 수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로부터 5년 후에 다시 유학을 떠났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유학생활 동안, 성녀 소화(小花) 데레사(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에 관해 연구했습니다. ‘내가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그 사랑을 알게 하는 것’이 당신의 소명이라고 말했던 성녀처럼, 우리도 하느님 앞에서 작은 채로 남아 있고, 점점 더 그렇게 되길 원하며, 주님의 사랑을 온 세상 모든 이에게 전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해야겠습니다.

요즘도 제 사제서품 성구에 맞갖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유학생활의 치열했던 삶에 비해서는 부족한 저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다시 한번 이 성구를 되뇌면서 매일 매일 주님을 더욱더 닮아가는 사제로서 살리라고 결심해봅니다.

정재성 신부·대구대교구 포항 문덕본당 주임·2000년 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