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우리의 영원한 귀감, 영성의 대가들 (68) '영성의 대가들' 연재 마치며

박재만 신부(대전 대흥동 본당 주임)
입력일 2001-06-10 수정일 2001-06-10 발행일 2001-06-10 제 2253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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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유익, 은총의 시간”
유명친 않으나 ‘보물 같은 분’ 소개 못해 아쉬워
원고를 보내야 할 주말이 어찌 그리 빨리도 닥쳐오던지, 그 때마다 「가난한 집 끼니때 찾아오듯 한다」는 속담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아무튼 교회 2천년 역사의 큰 인물 18인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한 분 한 분의 삶과 영성을 탐구해 온 2년 여의 순례 여정을 마친 지금 참으로 감회가 깊습니다.

'2년여 순례여정' 감회깊어

겉 훑기 식의 순례였겠습니다만 능력과 여건이 여의치 못한 필자가 무사히 여정을 마치도록 밀어주시고 이끌어주신 주님께 감사 드리며 영광 돌립니다.

가톨릭신문사 편집 담당하시는 분한테서 교회의 영성의 대가들에 관해 써 달라는 청탁을 받고 필자는 딜레마 중에 여러 날 동안 가부의 답을 유보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우리 교회에서 영성의 대가들에 관해 좀더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정리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여겨오던 중 누군가 해야 할 일을 이 기회에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지며 소명의식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다른 한편 저의 능력과 주변의 여건으로 인해 그러한 큰 작업에 대한 가능성은 회의적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때 저는 신학교에서 본당으로 막 부임하여 새로운 사목장의 업무파악과 생활 리듬 적응이 요청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부르심에 응답할 때 수행 할 수 있는 은총을 주신다는 진리를 재확인하며 체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때론 시간에 쫓기었고 인내가 많이 요청되는 작업이기도 했습니다만 제 개인에게도 참으로 유익했고 그것이 은총의 시간들이었습니다. 신앙 안에서 큰 인물들의 삶과 영성을 찬찬히 다시 살펴보고 묵상하면서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그분들의 비범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그분들을 더욱 사랑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각 영성가를 소개하는데 있어 내용은 우선 생애와 인품에 대해 간단히 요약했고, 이어서 고유하고 독특한 영성을 고찰했으며 뒷부분에서는 그분들이 각기 받은 카리스마를 교회 안에서 어떻게 활용했고 기여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영성을 깊이 이해하고 평가하거나 묘사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영성은 그리스도인이 성령의 은총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께 나아가며 이루는 그리스도와의 친교의 상태이고 어떤 경지로서 서술하기 어려운 신비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편 영성은 그리스도인 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것이기에 그의 일상 생활 안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와 가르침, 언어적 표현 등에서 영성을 부분적으로나마 살펴 볼 수 있어 그것에 대해 묘사를 시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성인전 및 성인에 관한 기록들은 역사적 사실들에 초점을 맞추어지지만 때론 다소 과장하고 미화시킨 이야기들이 첨가되곤 합니다. 성인전 저술가들이 성인에 대한 존경과 사랑 때문에 더 많은 이들이 그분의 성성과 특수한 카리스마에서 감명 받기를 원하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소개한 영성의 대가들에 관한 글에도 어떤 과장이 들어가 있지 않을까 우려하시는 분들이 있을 듯 싶습니다.

우리는 영성의 대가들을 소개하는 데 있어 그분들에 관한 전기도 참고했지만 그분들이 직접 쓴 글과 가르침 그리고 그분들에 관해 연구한 책과 글들을 활용했습니다. 특히 연대가 오래된 분일수록 그분들의 특수 카리스마와 하느님의 전능이 그들을 통해 초자연적 현상으로 나타나는 결과들을 식별해내는데 어려움이 적지 않았지만 과장이나 왜곡 없이 그분들의 참된 모습을 찾아보고자 힘썼습니다.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는데 도움을 드리기 위해 가능한 한 어려운 신학적 용어와 표현들을 피하려 했고 설명을 쉽게 하려고 애를 썼습니다만 여전히 해결되기 어려운 점들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과 인간의 만남, 대화, 회심 및 내적 변화 등 신비를 이해하고 이해시킨다는 것은 언어적 표현보다 직감을 통한 감정이입 및 체험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잘못 기술, 시정·보완할터

소개한 영성의 대가들 중 수도회 설립자들이 여러분 계셨는데 그분들에 대해 필자가 잘못 이해하면서 제대로 기술하지 못함으로써 수도회 식구들의 사부님들께 혹시 누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늘 조심스러웠습니다. 혹시 잘못 이해하고 빗나가게 기술했던지 중요한 것이 누락되었으면 사과 드립니다. 그리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적해 주시면 다음 기회에 시정 및 보완하도록 하겠습니다.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것은 가톨릭 신문사의 요청에 따라 잘 알려진 고전적 영성의 대가들을 주로 선정하고 보니 덜 알려졌으나 보물 같은 분들이 계신데 그분들을 소개하지 못한 점이다. 이를테면, 순교 영성의 대가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스미르나의 성 폴리카르포를 비롯하여 대학자 성인 토마스 아퀴나스와 교황 요한 23세 그리고 근대 및 현대의 훌륭한 영성가들이 그분들입니다.

가톨릭 신문사에서 영성 분야를 위해 앞으로 기획하는 데 참고될 만한 주제들을 몇 가지 추천하겠습니다. 교회 영성가들의 기도, 종파를 초월하여 귀감이 될 수 있는 개신교의 큰 인물들의 영성, 한국 순교자들 중 뛰어난 분들에 대한 영성적 재조명, 대희년을 기해 바티칸에서 수집해온 가톨릭, 개신교, 성공회 등의 「현대 순교자들」에 관한 영성 등입니다.

영성가들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읽으시면서 부족한 필자를 격려 및 고무해주신 애독자 분들께 감사드리며 주님의 사랑과 평화의 축복을 빕니다. 또한 가톨릭 신문사 편집국에서 묵묵히 수고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박재만 신부(대전 대흥동 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