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우리의 영원한 귀감, 영성의 대가들 (60) 마더 데레사 (3) 선교의 영성

박재만 신부(대전 대흥동본당 주임)
입력일 2001-05-20 수정일 2001-05-20 발행일 2001-05-20 제 2250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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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봉사’가 곧 ‘선교’
마더 데레사는 수도 서원 때 예수 아기의 데레사 성녀를 수호자로 정하면서 그 이름을 선택했고 생활과 활동에 있어서도 수호 성녀의 영성 자세를 본받고자 했다. 예수 아기 데레사는 「일상적 일을 비상한 사랑으로 실행하신 분」으로 확인되며 시성 되었던 것이다.

마더 데레사와 사랑의 선교회 자매들은 지칠 줄 모르게 가장 가난한 이들에 대해 지극히 평범한 봉사 활동을 뛰어난 사랑으로 실천해 왔다. 한편 성령께서 그들의 사랑의 봉사 활동에 놀라운 결실을 이루어 주고 계심을 도처에서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1) 가장 버림받은 이들 안에서 예수님을 만나는 ‘일상의 관상가’

마더 데레사는 자매들이 가장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 안에서 예수님을 보고 만나며 사랑을 실천하는 일상의 관상가들이 되기를 가르쳐 왔다. 실로 그들은 길거리에 버려진 사람들, 나병환자, 에이즈 환자 등 죽어 가는 이들 안에서 그리스도의 모습을 찾으며 사랑으로 봉사한다.

마더 데레사는 어느 날 한 입회자가 다른 자매들과 함께 임종자의 집으로 봉사하러 떠나려 할 때 이렇게 권고의 말을 했다.

『미사 드리는 사제가 빵의 형상 안에 계신 예수님을 얼마나 큰 사랑과 섬세한 정성으로 만지는지 여러분은 보았습니다. 여러분도 임종자의 집에 가면 그와 같이 하십시오. 가난한 이들의 고통받는 육체의 형상 안에 바로 예수님이 계십니다』

자매들이 세 시간 후 돌아 왔다. 그들과 함께 다녀온 입회자가 기쁨 충만한 모습으로 마더 데레사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세 시간 동안 예수님의 몸을 만졌습니다. 우리는 하수구에 빠져있던 사람을 임종자의 집으로 옮겨왔는데 그는 불결했고 상처에 온통 구더기로 덮여 있었습니다. 저는 그를 예수님으로 생각하면서 씻어 주었습니다』

하느님은 모든 이를 사랑하시지만 고통 중에 있는 이를 각별히 사랑해 주신다는 메시지는 그러한 상태에 놓여있는 이들에게 참으로 기쁜 소식이다. 사랑의 선교회 자매들은 그 진리를 그들에게 확신시키고자 한다. 한편 그들은 그 진리를 사랑으로 봉사하는 자매들 안에서 확인한다.

마더 데레사는 어느 날 나환자들에게 그들의 신체적 질병은 결코 죄의 결과가 아니고 하느님의 선물이며 하느님은 특별한 애정으로 그들을 사랑하고 계시다고 격려했다. 그 때 나병으로 온통 일그러진 한 노인이 마더 데레사에게 가까이 와서 말했다.

『다시 한번 말씀해 주세요. 나를 기쁘게 했어요. 나는 언제나 어느 누구도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들어왔지요.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군요. 다시 한번 말씀해 주세요』

2) 자비로우신 하느님께 신뢰하며 임종자를 천국 문턱까지 동행

마더 데레사는 그리스도와 그분의 교회에 흔들림 없는 신앙의 증거자로 산 분이다. 그녀는 참된 신앙을 전제로 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구원의 가능성을 충만하게 확신하고 있음을 잘 드러냈는데 이것은 가톨릭 교회와 더 나아가서는 그리스도교의 한계를 가장 폭 넓은 선으로 포용하는 선의의 신앙이다.

이러한 신념 때문에 마더 데레사와 자매들은 매일 죽어 가는 수백 명의 사람들을 대하면서 생명의 마지막 순간에 개종이나 종교적 신앙고백을 변경시켜 주려는 시도를 자제한다. 그들은 각자의 믿음을 존중하며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최선의 도움을 베푼다. 힌두교인들에게 갠지스 강의 물을 가져다준다든지 가톨릭 신자들에게 사제를, 개신교 신자들에게는 목회자를 모셔다 주는 일 등이다. 죽음이 임박했을 때 그들에게 자매들이 결코 간과하지 않는 것은 잘못에 대한 뉘우침과 구원을 보증하는 절대자의 이름(하느님에 상응하는 이름)을 부르도록 권고하는 것이다. 마데 데레사는 이러한 일을 하면서 많은 이들을 천국 문턱에까지 동반한다는 신념을 가졌다.

그러므로 병들고 버려진 이들은 임종자의 집에서 어떠한 차별 없이 사랑의 선교회 자매들의 따뜻한 사랑의 봉사를 받으며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평화로이 죽어 간다. 마더 데레사는 이렇게 말했다.

『캘커타에서 우리는 2만7000 명 이상의 사람들을 길거리에서 데려 왔습니다. 그들이 우리를 찾아오기도 하고 우리가 그들을 길거리에서 구호소로 데려 오기도 합니다. 그들은 매우 평화로이 죽습니다. 하느님 안에서 그들은 고요하게 죽어 갑니다. 자매들의 증언에 따르면 어느 누구도 다음과 같이 말하길 꺼리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나는 하느님(혹은 그에 상응하는 절대자) 앞에서 잘못 한 것을 뉘우칩니다. 어느 누구도 이렇게 말하기를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나의 하느님,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마더 데레사는 거의 죽어가고 있던 한 사람을 임종자의 집에 옮겨 왔다. 지극한 간호와 보살핌을 받고서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나는 길거리에서 동물처럼 살았어요. 그런데 이토록 관심 속에서 사랑을 받으며 천사처럼 죽을 수 있게 되었군요. 나는 이제 하느님의 집으로 갑니다』

3) 사랑 실천은 가장 효율적 선교

마더 데레사와 자매들이 가장 가난한 이 들에게 실천하는 사랑의 봉사는 그 자체로 선교이다. 이슬람인들은 사랑의 선교회 자매들을 '사랑의 전달자들'이라 부른다. 그것은 자매들이 실천하는 영웅적 사랑에서 그들이 큰 감명을 받기 때문이다.

마더 데레사는 1978년 독일 프리브룩 주교좌 성당에서 강연 중에 이슬람 국가 예멘에 초대받은 사랑의 선교회 자매들의 증거의 삶에 대해 말했다. 여기서 우리는 그들의 증거의 삶의 풍성한 결실을 살펴 볼 수 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여러 가지 행위가 아니고 오히려 행동에 옮기는 사랑입니다. 이것은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사랑입니다…우리가 초대받은 나라 예멘에는 그리스도교 신앙 금지 800년만에 우리 자매들의 현존이 그 백성의 생활 안에 새로운 빛을 밝혀 주었습니다. 그러므로 이슬람 통치자는 로마에 이렇게 써 보냈습니다. 수녀님들이 여기서 얼마나 놀라운 일을 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그들은 굶주린 그리스도에게 먹을 것을 주고 헐벗은 그리스도에게 옷을 입히며 버림받은 그리스도를 맞아줍니다』

마더 데레사의 강연에서 소개한 수많은 감동적 이야기들 중 한 가지 더 인용한다면 이러한 것이 있다.

『자매들은 4만9000명의 나환자들을 보살펴 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가장 버림받고 사랑 받지 못 하며 가장 소홀히 취급되는 사람들입니다. 어느 날 우리 자매 하나가 상처투성이인 나환자를 치료해 주고 있었습니다. 한 이슬람 사제가 그 자매 옆에 서 있다가 고백했습니다. 「그 동안 나는 줄 곳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의 예언자라고 믿어 왔습니다. 오늘 나는 예수 그리스도가 하느님이심을 믿습니다. 그분은 놀라운 사랑으로 이러한 일을 하도록 이 자매에게 큰 기쁨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사랑의 봉사는 무신론자들에게도 감동을 주어 하느님이 계심을 깨닫고 믿도록 이끌어 준다. 쓰레기장에서 죽어 가는 환자 하나를 자매들이 임종자의 집에 막 옮겨왔을 때 어떤 사람이 그 곳을 방문했다. 그 사람이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 한 채 한 자매가 아픈 이를 간호하고 있었다. 자매가 아픈 사람을 세심히 보살펴 주고 닦아주며 미소지어 주는 것 등 조그마한 것도 놓치지 않고 그 광경을 관찰한 그 사람은 마더 데레사에게 와서 말했다.

『저는 여기 올 때에 미움 가득 찬 마음으로 하느님은 제 의식에 없었습니다…지금은 하느님으로 마음이 충만해진 가운데 떠나갑니다. 저는 그 수녀님의 행동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보았습니다. 그 불쌍한 사람을 대하는 수녀님의 손, 모습 그리고 그 수녀님 전체 안에 하느님의 사랑이 내려옴을 보았습니다. 지금 저는 믿습니다』

박재만 신부(대전 대흥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