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정영식 신부의 신약 성경 읽기] 47.요한 묵시록(3)

입력일 2007-12-16 수정일 2007-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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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지근한 사랑서 벗어나

깨어 기다리며 회개해야

그리스도는 에페소 교회 신자들에게 말씀하신다.

“나는 네가 한 일과 너의 노고와 인내를 알고, 또 네가 악한 자들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너는 인내심이 있어서, 내 이름 때문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지치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너에게 나무랄 것이 있다. 너는 처음에 지녔던 사랑을 저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네가 어디에서 추락했는지 생각해 내어 회개하고, 처음에 하던 일들을 다시 하여라”(묵시 2, 2~5).

이어 스미르나, 페르가몬, 티아티라, 사르디스, 필라델피아, 라오디케이아 등 교회에도 말씀하신다.

“내가 갈 때까지 너희가 가진 것을 굳게 지켜라”(묵시 2, 25), “깨어 있어라. 아직 남아 있지만 죽어 가는 것들을 튼튼하게 만들어라”(묵시 3, 2).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나는 책망도 하고 징계도 한다. 그러므로 열성을 다하고 회개하여라”(묵시 3, 19).

모두 회개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하나 하나가 오늘날 우리 교회가 새겨 들어야 할 말씀들이다. 특히 라오디케이아 교회에 대한 말씀은 시사하는 바가 큰 만큼 읽고 넘어가자.

“너는 차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다. 네가 차든지 뜨겁든지 하면 좋으련만! 네가 이렇게 미지근하여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으니, 나는 너를 입에서 뱉어 버리겠다. ′나는 부자로서 풍족하여 모자람이 없다′하고 네가 말하지만, 사실은 비참하고 가련하고 가난하고 눈멀고 벌거벗은 것을 깨닫지 못한다”(묵시 3, 15~17).

요한은 이제 소아시아에 있는 일곱 교회에 그리스도의 계시 내용을 편지로 써서 모두 보냈다. 요한은 이어 깊은 기도를 시작하는데 이때 또다시 성령에 사로잡혀(묵시 4, 2 참조) 신비의 세계를 보게 된다.

하느님 나라다. 많은 신자들이 이 부분을 난해하게 받아들이는데,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읽어 나가면 된다. 요한이 본 하느님 나라 환시는 4장과 5장에 걸쳐 장황하게 나타나는데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하늘에는 어좌가 놓여있고 한 분이 그 어좌에 앉아 계신다. 어좌 둘레에는 무지개가 있고 앞에는 수정처럼 보이는 유리 바다 같은 것이 있다.

어좌 주위에는 또 다른 어좌 24개가 있는데, 흰옷을 입고 머리에 금관을 쓴 24명의 원로가 각각 앉아 있다. 또 어좌 둘레에는 앞뒤로 눈이 가득 달린 네 생물이 있는데, 첫째 생물은 사자 같고 둘째 생물은 황소 같으며, 셋째 생물은 얼굴이 사람 같고 넷째 생물은 날아가는 독수리처럼 생겼다.

네 생물은 밤낮 쉬지 않고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전능하신 주 하느님 전에도 계셨고 지금도 계시며 또 앞으로 오실 분!”이라고 외치고 있다(묵시 4, 2~11 참조).

찬미와 경배가 울려 퍼지는 하느님 나라의 장엄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어 환시의 내용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계속되는 환시 내용을 살펴보자.

옥좌에 앉아 계시는 성부 아버지께선 오른 손에 두루마리를 들고 계신다. 두루마리에는 일곱 봉인이 되어 있다. 그 일곱 봉인을 모두 뜯어야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요한은 속상하다. 두루마리는 분명히 세상을 위해서 큰 의미가 담겨 있는 내용인데 일곱 봉인을 뜯고 읽을 사람이 없다.

그래서 요한이 기도를 하다가 울음을 터뜨린다. 그때 한 원로가 나타나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울지 마라. 보라, 유다 지파에서 난 사자, 곧 다윗의 뿌리가 승리하여 일곱 봉인을 뜯고 두루마리를 펼 수 있게 되었다.”

유다지파에서 난 사자 다윗의 뿌리가 누구인가. 바로 그리스도다. 실제로 이때 어린양이 나와, 어좌에 앉아 계신 분의 오른손에서 두루마리를 받는다(묵시 5, 1~7 참조).

그리스도는 진정으로 이 두루마리를 뜯기에 합당한 분이다. 바로 당신의 피로 모든 종족과 언어와 백성과 민족 가운데에서 사람들을 속량하시어 하느님께 바치셨기 때문이다.

사실 하느님으로부터 두루마리를 뜯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직 구세주 그리스도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다. 가장 큰 영예와 찬양을 받으실 분은 바로 그리스도다.

이제 그리스도께서 두루마리의 봉인 하나하나를 떼신다.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