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정영식 신부의 신약 성경 읽기] 44.요한의 첫째, 둘째, 셋째 서간(하)

입력일 2007-11-25 수정일 2007-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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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 시각으로 세상 보고

겸손한 마음으로 사랑 실천해야

요한의 첫째, 둘째, 셋째 서간이 공통적으로 그리고 일관되게 다루고 있는 주제는 “그리스도인의 삶이란 무엇인가”하는 문제다. 첫째 서간 3장을 보자. 여기선 하느님의 자녀가 누구이고 악마의 자녀가 누구인지 명확히 대비시키고 있다.

▲하느님의 자녀 : “사랑하는 여러분, 이제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분께서 나타나시면 우리도 그분처럼 되리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 그 분께 이러한 희망을 두는 사람은 모두, 그리스도께서 순결하신 것처럼 자신도 순결하게 합니다”(1요한 3, 2~3).

▲악마의 자녀 : “죄를 저지르는 자는 악마에게 속한 사람입니다. … 그래서 악마가 한 일을 없애 버리시려고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나타나셨던 것입니다”(1요한 3, 8).

우린 하느님의 자녀가 될 것인지 악마의 자식이 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하느님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하느님의 씨가 그 사람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하느님에게서 태어났기 때문에 죄를 지을 수가 없다(1요한 3, 9 참조). 여기서 중요한 것이 ‘사랑의 실천’이다.

“우리는 형제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가 이미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갔다는 것을 압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죽음 안에 그대로 머물러 있습니다”(1요한 3, 14).

이 사랑 실천의 걸림돌이 바로 ‘거짓된 영’이다. “아무 영이나 다 믿지 말고 그 영이 하느님께 속한 것인지 시험해 보십시오. 거짓 예언자들이 세상으로 많이 나갔기 때문입니다”(1요한 4, 1).

요즘 하느님의 영을 체험했다는 이들이 많다. 문제는 우리를 속이는 영도 분명히 있다는 점이다. 요한의 첫째 편지는 거짓된 영을 따라 우르르 몰려다니는 신자들에게 단호히 말한다.

“우리는 하느님께 속한 사람입니다. 하느님을 아는 사람은 우리의 말을 듣고, 하느님께 속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이것으로 우리는 진리의 영을 알고 또 사람을 속이는 영을 압니다”(1요한 4, 6).

여기서 말하는 ‘우리’란 바로 ‘교회’다. 요즘 교회의 말을 듣지 않고, 교회를 거슬러 자신의 주장만 펴는 단체나 신자들이 간혹 있다. 진짜 성령을 받은 것인지 거짓 성령을 받은 것인지 잘 분별해야 한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성령기도회에서도 이런 경향이 없지 않다. 심지어 성령기도회 회원들이 “00신부님은 성령을 받았고, 00신부님은 성령을 받지 않았다”고 말하는 일도 있다.

도대체 성령이 무엇인가.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이 성령이다. 반드시 성령 세미나를 받아야만 성령을 받는 것이 아니다. 세례성사를 받고 그리스도를 전하는 사람은 모두 성령을 받은 것이다. 바짝 정신 차리고 있어야 한다. 거짓된 영은 교묘히 우리 안으로 들어온다.

요한의 둘째 편지도 첫째 편지와 마찬가지로 이단자 즉‘속이는 자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속이는 자들이 세상으로 많이 나왔습니다.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람의 몸으로 오셨다고 고백하지 않는 자들입니다. 그런 자는 속이는 자며 ‘그리스도의 적’입니다”(2요한 1, 7).

그리스도의 인성을 거부하는 이단을 조심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일하여 이루어 놓은 것을 잃지 않고 충만한 상을 받을 수 있도록 자신을 살펴야 한다(2요한 1, 8 참조).

셋째 편지에서는 공동체에 균열이 나타나는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우두머리 노릇 하기를 좋아하는 디오트레페스가 우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3요한 1, 9).

야심가가 나타난 것이다. 디오트레페스라는 사람은 교회 사도들이 전하고 있는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교회의 사도들이 세워준 질서 직무 직책을 맡은 자들을 인정하지 않았다. 자기가 마치 신자들을 이끄는 우두머리로 행세했다.

게다가 그는 나쁜 말로 원로들을 헐뜯고(요즘 시대로 말하면 교회를 헐뜯고), 그것도 모자라 그 (원로들의) 형제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받아들이려는 이들까지 방해했다(3요한 1, 10 참조).

이 모든 것은 우리가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가느냐 또는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로 요약할 수 있다. 우린 그리스도인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살아야 한다. 겸손한 마음으로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그래서 이 세상에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요한의 첫째 서간은 5장, 둘째 셋째 서간은 각각 1장 밖에 안된다. 모두 읽는데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이 세 서간을 다시 한번 차분히 읽어보자. 그리고 ‘그리스도인’으로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진지하게 묵상해 보자.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