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

[진단 청소년사목] 8.주일학교 운영시스템

유재우 기자
입력일 2006-03-05 수정일 2006-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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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인사때마다 교사회 체계 ‘흔들’

최종 결정권자인 사제로부터 아래로 전달

사제-수도자-교사 잇는 유기적 시스템 필요

‘쑥대밭’. 정기적이지는 않지만 짧게는 2년 정도마다 각 본당 중고등부 주일학교 교사회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된다. 2년이면 그들을 담당(?)하고 있는 보좌신부가 바뀌는 기간.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의식때문인지 신임 보좌신부는 대부분 그동안의 교사회 체계를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사제인사철만 되면 그로인한 후폭풍에 엄청난 타격을 입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중고등부 교사회. 과연 이러한 상황에 대해 교사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서울 ㅈ본당에서 5년째 교리교사를 하고 있는 정OO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물론 결정권자가 신부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본당 청소년들과 여러 해 함께해오며 구축해온 시스템이 한 순간에 무너지면 그때는 정말 소명이고 뭐고 교사회를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울컥 든다”고 말했다.

1인에 의해 결정되는 청소년 사목의 방향이 과연 올바른 길로 들어설 수 있을까. 본당 청소년들을 위한 운영 시스템의 부재가 아쉬운 대목이다.

그렇다면 과연 각 본당들은 청소년들을 위해 어떠한 체계 안에서 사목 활동을 펼치고 있을까. 본당에서 청소년들을 위해 사목활동을 하는 구성원들은 크게 사제, 수도자, 청소년분과장, 교리교사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청소년들과 몸을 맞대며 생활하는 교리교사들의 의견은 청소년분과장이나 수도자에게 전달되고 사제가 최종결정을 하게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 후 그 사안에 대한 결정은 교리교사에게 ‘상명하달’이 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현대의 교리교육’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온갖 장애나 곤란 때문에 오늘날의 교리교육이 엄정하게 실시되기 어렵고 힘들지만,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이 보여 주는 깊이있는 호응으로 보아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희망이 있다.”(40항)

깊이있는 호응과 희망…. 어디서 찾아야 할까. 서울대교구 청소년국의 한 관계자는 “사실 각 본당에서는 청소년들을 위해 실시하는 유기적인 시스템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교구 역시 청소년들을 위해 활동하는 구성원들에게 원활한 사목을 위한 시스템 구축 방안에 대해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 사목 시스템의 부재가 가장 큰 걸림돌로 대두되고 있는 현재, 바람직한 청소년 사목을 위해 교구나 본당 차원의 시스템을 확립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듯 교회의 오늘인 청소년들을 위해 교회 구성원 모두가 그들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며, 내일의 교회를 위한 발판이다.

미국과 필리핀은 이미 청소년 사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그들을 위한 지침서를 만들었다. 미국의 경우 최근 1976년에 발간된 ‘청소년 사목의 비전(A Vision of Youth Ministry)’을 20년동안 평가한 ‘비전을 새롭게(Renewing the Vision)’를 발간했다. 이는 미국의 각 교구와 본당, 청소년 조직들에게 주춧돌이 되는 역할을 했다.

필리핀 역시 수많은 조사 끝에 2002년 ‘KA-LAKBAY(Directory for Catholic Youth Ministry in the Philippines)’를 발간해 청소년 사목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교회 구성원들의 노력이 각 본당에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새 집을 지을 때는 과정이 있다. 새 집에 살기까지는 다양한 작업이 필요하다. 청소년 사목을 위한 시스템 구축, 하루빨리 설계도를 그려야 한다.

유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