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

[진단 청소년사목] 2.현대사회의 청소년

유재우 기자
입력일 2006-01-15 수정일 2006-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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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 재미없다” PC방으로 발걸음

주체 아닌 주변인으로서 의무적 미사참례

청소년문화 이해로 교회에 흥미갖게 해야

1월 8일 오전 8시30분경, 요즘 청소년들의 교회에서의 생활과 신앙에 대해 들어보려고 서울 ㄱ본당을 찾았다. 가뭄에 콩나듯, 무거운 발걸음으로 드문드문 아이들이 성당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피곤함이 묻어나는 얼굴을 보자 질문할 엄두가 안났다. 미사가 시작할 무렵 성당으로 들어가려고 하던 찰나, 봐선 안될 것(?)을 보고 말았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 2명이 성당 입구에서 눈치를 보며 서성이다 시작 성가가 울려 퍼지자 주보만 가지고 다시 나가는 것이 아닌가. 한걸음에 달려가서 그들에게 물어봤다. “미사 시작했는데 왜 주보만 가지고 나가니?”

그들은 합창을 하듯 “재미없잖아요”라고 단번에 말했다. 재차 “재미로 성당 오는건 아니잖아. 미사를 드림으로…”라고 말하자 말을 끊으며 “집에 주보만 가져가면 미사 본 줄 알아요”라고 받아쳤다. 할 말이 없었다. 그들은 인근 PC방에서 시간을 보내다 들어갈 거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미사를 드리는 청소년들의 모습도 그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생기 없는 눈은 미사 내내 바닥을 향하고 있었고 분위기 역시 무거웠다. 뒷자리에 앉아있는 어른들이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실로 충격, 그 자체였다. 대체 언제부터 교회 청소년들이 이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는지, 성당 문 앞까지 오는 그들을 교회는 언제부터 방관을 하고 있었는지, 언제부터 그들이 미사 시간에 바닥을 보며 하느님을 찾게 되었는지 혼란스러웠다.

미사가 끝난 후 중고등부 교리교사 백○○씨를 만났다. 백씨는 “매주 성당 문 앞에서 애들을 잡아 억지로 들여보낼수는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미사 분위기에 대해 묻자 “다른 본당도 그럴텐데”라며 “미사 시간에는 자는 애들 깨우기 바빠요”라고 말했다. 이어 백씨는 “방학기간이라 더 그럴 것”이라며 “교리가 없으니까 미사 끝나고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게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 사회의 청소년들에게 교회는 그동안 무엇을 해왔는가. 딱딱한 전례와 획일화된 교리교재, 수준미달의 교리교사, 담당 사목자의 무관심, 변화 없는 사목정책 등 표면적으로만 청소년은 교회의 오늘?미래라 칭하며 그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대 사회의 청소년을 교회 안의 청소년으로 전환시키려면 무엇보다 교회 안에서 그들을 위한 사목 활성화와 그들의 문화를 복음화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들을 위한 문화 사목의 필요성이 절실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청소년들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욕구를 채워주는 것이 아니다. 일시적인 이벤트를 열어 그들을 흡수하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가톨릭적인 문화 활동을 활성화해야한다. 각 본당들은 연말에 청소년들을 위해 ‘~제’, ‘~밤’ 등의 수식어를 붙여 잔치를 마련한다. 그 행사 후 본당을 가보면 청소년들이 미사는 물론 성가까지 적극적으로 따라 부를 정도로 활기찬 모습을 보인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그러한 행사가 그들이 주체가 되어 마련한 행사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 프로그램 속에서 하느님을 느끼게 해야 한다. 말 그대로 청소년 문화의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이 좋아하고 즐기고 있는 문화를 도구로 삼아야한다. 그저 이벤트 등으로 욕구를 채우는 것이 아닌 그들이 교회 안에서 재미와 흥미를 갖게 하는 사목, 그들이 주체가 되는 사목 대안을 마련해 청소년들이 교회에서 그들의 삶의 의미를 되찾고 변화할 수 있게 해야한다.

유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