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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헌호 신부의 환경칼럼 (104) 마음을 모음

입력일 2005-08-21 수정일 200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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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함 찾는 것이 우선

최근 들어 일선 교육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과 심리학자들은 마음을 모으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고 있다. 삶은 나의 내면과 나를 둘러싼 외부 세계와의 끊임없는 통교, 즉 각종 물질들과 정보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작업의 반복으로 이어지고 있다.

밖의 세계는 내면에 들어와서 취사선택되고 내면의 세계는 밖의 세계에 의해 계속 불리어진다. 이러한 두 세계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사람이 건강한 삶을 누린다.

그러나 오늘날의 일상생활에서는 바깥에서 불러대는 강도가 너무나 강하다. 각 개인은 자신의 고유한 삶의 영역을 가질 공간과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외부의 여러 가지 자극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인들 중에는 자신 안에 자아의 중심을 가진 사람이 드물게 되었다. 늘 무엇인가에 쫓기면서 여유 없이 살아가고, 어쩌다 혼자 있게 되면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당혹해 한다.

마음을 모으는 것은 하느님과 함께 있으면서 그분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나와 더불어 있으면서 마음을 고요하게 열어두고 있을 때 가능하다. 여기에서 하느님의 음성이 양심 안에 건너온다. 하느님의 음성은 당신의 나라를 매순간 구현해 나가도록 섭리하신다. 마음을 모은 사람만이 이것을 알아듣고 실행해 나갈 수 있다.

이것은 인간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마음을 모으지 못한 사람은 인간과의 관계를 마치 사물과의 관계처럼 해 나간다. 안절부절못하면서 부산하게 무엇인가를 늘 하려 하지만, 제대로 이루어 내는 것은 없다.

마음을 모은 사람만이 사람을 사람으로 대한다. 창조적인 예술 행위도 마음을 모은 사람이 할 수 있고, 자연과의 본격적인 만남도 그만이 할 수 있다.

마음을 모은 사람은 자신의 중심에 있으면서 근본적인 것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무한히 크시고 사랑이 가득한 하느님을 만나기에 피상적이고 겉도는 것들을 기꺼이 포기할 수 있다.

하느님은 늘 자신과 함께 있는 분이고, 바로 현재 이 순간 여기에 있는 분이다. 나는 그 분으로부터 존재하고 그 분 앞에 존재한다. 하느님과 함께 하면 현재 이 순간 여기에 있게 된다. 곧 하늘나라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외부에서 다가와 나를 산만하게 하는 모든 것을 거슬러 조화로운 삶을 이룰 수 있다.

마음을 모으는 데는 무엇보다 고요함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영.육간의 침묵 없이, 일상의 부산한 삶에서 조금 뒤로 물러 나오는 것 없이, 혼자 있는 것 없이는 마음을 모을 수 없다.

전헌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