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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헌호 신부의 환경칼럼 (103) 감사

입력일 2005-08-14 수정일 200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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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과 행복의 표현

감사하는 것은 오직 인격체인 나와 너의 관계에서만 가능하다. 우리는 법률이나 기관 또는 보험 등에 감사하지 않는다. 또한 자동차나 기계 등이 정상적으로 잘 움직이고 아침에 해가 솟아오른다고 기계나 해에 감사하지 않는다.

감사는 오직 인격체들의 자유로운 관계 안에서 가능한 것이다. 과르디니는 자유로운 행위가 가능하지 않는 곳에서는 감사도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감사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는 베푸는 사람은 받는 사람의 인격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그의 정체성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주는 사람은 그 행위를 통해서 자신의 물질적.정신적 권력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받는 사람이 자신보다 우위에 있는 주는 자의 권력을 느낀다면 굴욕감이 일어날 뿐 감사하는 마음은 사라지고 만다.

진정한 베풂, 진정한 받음과 감사는 아름답고 깊은 인간적인 일이다. 감사하는 마음이 일어나는 경우는 단순히 물질적 궁핍에 대한 도움이 있는 곳만이 아니라 다정한 우정이 있는 곳, 기쁨이 있는 곳, 아름다움을 창작해 나가는 곳, 삶을 활기 있게 하는 곳 등과 같은 인간적인 일 곳곳에 있다.

과르디니는 베풂과 감사를 기계적인 행위나 짐승들에서와 같이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행위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삶이 되게 하는 일종의 신적 영역의 반영으로 보았다.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나에게 삶이 주어져 있고 지금도 끊임없이 뭔가를 계속 받고 있다는 사실이 하느님께 감사하게 한다. 이러한 감사행위는 인간의 존재 양식 안에 기본적인 요소로 늘 함께 한다.

감사는 또한 겸손한 사람의 행위이기도 하다. 감사하는 사람은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그가 가진 것은 처음부터 당연한 것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자신에게 선사된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오늘날 넘쳐나는 물질적 풍요와 지적 풍요, 만남의 풍요에도 불구하고 각종 불평불만 속에 있는 사람은 감사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감사하는 마음은 자신을 행복으로 인도하는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감사는 단순히 어떤 받은 것에 대한 정신적 보상으로 취하는 태도만이 아니라, 존재를 긍정하는 방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삶을 함께 나누는 사랑스런 사람들, 평화로운 땅, 예쁘게 차려진 식탁, 매일 다가오는 새로운 날들, 이 모든 것이 다 감사의 대상이다. 감사는 이 모든 것을 우리에게 주신 분, 즉 하느님을 찬미하게 한다. 이것은 또한 우리를 기쁘고 행복하게 하며 서로 나누어 풍요하게 한다.

전헌호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