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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헌호 신부의 환경칼럼 (100) 자기 수련

입력일 2005-07-24 수정일 2005-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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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삶을 위한 훈련

인간에게 있어서 본능은 짐승에게서와는 다른 차원의 성격을 지니고 작용한다. 본능은 정신에 의해 깊고 강해지며 여러 가지 가능성을 갖는다. 그러나 또한 짐승들에게 있는 구조적 질서로부터 벗어나서 질서를 잃고 위험하게 된다. 자기 수련(Askese)이란 인간이 인간이기를 노력하는 것과 같다.

인간은 자기 질서 안에서 그대로 살아나가기만 하면 되는 짐승과는 달리 자신의 본능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지나치지 않도록 조절해 나가야 할 필요성을 갖고 있다. 본능 그 자체는 부정적이거나 죄스러운 것이 아니고 인간의 한 부분이어서 삶의 모든 영역에 드러난다. 이것은 인간에게 있어서 생명 에너지의 원천이다. 그래서 본능을 약화시키려는 모든 시도는 생명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며 정당화될 수 없다.

윤리와 종교의 역사에서 본능은 단순히 육체적인 것, 쾌락을 추구하는 악으로 여겨지고, 이에 반해 정신은 좋은 것으로 여겨진 경향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이 안에는 분명히 어떤 고귀한 뜻을 가진 동기가 있겠으나, 그 자체는 인간의 영혼과 육체를 분리시킨 이원론으로서 위험한 착각을 내포하고 있다.

자기 수련은 자신의 본능을 경시하여 거슬러 싸우고 약화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일정한 질서를 가하고자 하는 것이다. 자기 수련은 이웃 사람들과의 관계와 자신의 일에서 오는 의무, 자신의 건강 상태 등에 따라 다양한 측면을 지니고 있다. 상황에 따라 날마다 새로운 과제들이 생겨나는데, 이것을 올바로 수행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곧 자기 수련이다.

자기 수련이란 고행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리 안에서 올바른 삶을 살아가기 위한 훈련이다. 우리 삶에 필요한 여러 가지 가치들 중에는 더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이 구분되는 위계질서가 있다.

그런데 우리의 삶은 시간과 공간에 제한을 받고 있으므로 모든 것을 다 가지거나 성취해 낼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택하고 덜 중요한 것은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바로 자기 수련이다.

자기 수련은 자신의 좁은 주관적 감정과 단견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참된 주인이 되어 자유로운 삶을 구가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우리 시대에 수련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교회 내의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 지도자들도 잘 알고 있다. 소유보다는 존재에 더 관심을 가지게 하고, 과욕에서 벗어나 절제하게 하며, 물질세계보다는 정신세계를 키워 나가게 하고, 외모는 검소하게 내면은 풍부하게 하는 데에 자기 수련이 필요하다. 자기 수련을 통해서 인간은 내면으로부터 풍요한 참 기쁨을 가질 수 있으며, 삶을 자유롭고 밝게 영위해 나갈 수 있다.

강한 물질적 소비욕구를 스스로 제어하여 검소한 내적 태도를 가짐으로써 정신세계를 더욱 풍요하게 키울 수 있고 삶에 대한 책임감을 성숙시켜 나갈 수 있다.

전헌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