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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헌호 신부의 환경칼럼 (99) 마음을 비움

입력일 2005-07-17 수정일 200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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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의식을 떨쳐야

나와 너의 관계가 올바로 정립되기를 원한다면 우선 목적 의식을 비우고 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너와 함께 살아야 한다. 너의 상황에 맞추어 그 상황이 요구하는 뜻에 따라야 한다.

진정한 우정과 사랑, 함께 일하는 데 있어서의 맑은 협동,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이에게 사심없는 도움을 건네는 것 모두가 이러한 정신자세에서 가능하다.

만약 이 안에 어떤 종류의 목적 의식이 개입되면 그 행위가 순수하지 못하고 굽어들고 만다. 목적 의식이 적게 개입될수록 한 개인의 개성적 힘은 더 강해진다. 개성의 힘은 진실한 삶에서, 올바른 생각에서, 일에 대한 맑은 정신자세에서 그리고 깨끗한 의지에서 생겨난다.

이러한 것은 인간과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일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약 어떤 사람이 자신의 목적 의식, 즉 명예와 부를 추구하는 것에만 사로잡혀 일해 나간다면, 일에서 오는 기쁨과 자유를 놓치고 일의 노예가 되어 결국 그 일을 순조롭게 진행시키지도 못하고 말 것이다.

한 개인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삶을 어느 방향으로 전개하고자 하는지 알아야 하고 그것을 성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주변 상황과 일의 논리에 맞추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곧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순수한 창조적 행위는 이러한 자세에서 가능하다.

오늘날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이용과 성취를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음을 비우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으로 부각되고 있다. 오직 마음을 비운 자세에서 자유롭고 의미 있는 일이 이루어질 수 있고, 이렇게 일하는 사람만이 진정한 풍요함을 쌓을 수 있다.

이러한 사실에서 우리는 삶의 깊은 이율배반적인 요소를 만난다. 한 개인이 자신에 대해서 적게 찾을수록 더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다. 나, 나에게, 나를 등이 강조되는 곳에는 오로지 자신만을, 자신의 쾌락과 의지의 성취만을 집착하게 되어 참된 인격의 본모습은 가려지고 만다.

성인들이란 바로 폐쇄적인 자아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참된 자아를 키워나간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을 중요한 존재로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강한 자로 있다. 탐욕이나 불안도 없이 자신의 빛을 발한다.

이들 주변에서는 사물들도 자신의 모습대로 질서정연하게 존재한다. 이들은 하느님께 열려 있어 자신 안에 하느님이 들어오실 수 있게 하고, 하느님의 힘과 진리, 질서 그리고 평화가 세상 안에 들어 올 수 있게 한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으로부터 고유한 가치를 부여받아 있다. 서로 목적 의식을 떨쳐버리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열어 서로 순수하게 다가갈 때 각자 안에 있는 이 고유한 가치에 참여하게 된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에게는 모든 존재 사물이 형제, 자매였다.

전헌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