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영성의 향기를 따라서 - 수도회 탐방] 성 프란치스코 의료봉사 수녀회 - 창립과 사도직 활동

김재영 기자
입력일 2004-12-26 수정일 2004-12-26 발행일 2004-12-26 제 2429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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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요양시설 ‘프란치스코의 집’에서
병들고 가난한 이들 돌보며 동거동락
성프란치스코 의료봉사 수녀회 수녀들은 대부분이 간호학과 임상병리, 사회복지 등을 전공했거나 공부했으며 현재 프란치스코의 집에서 70여명의 노인들을 돌보고 있다.
전남 장성군 진원면에 위치한 성 프란치스코 의료봉사 수녀회 본원. 손님이 왔다며 마당까지 반갑게 뛰쳐나와 맞아준 사람은 다름 아닌 일본인 수녀였다. 그것도 베일 사이로 보이는 희끗희끗한 머리카락과 살포시 주름진 얼굴을 보니, 나이가 지긋이 든 고향 할머니 모습이었다.

『안녕하스무니까. 환영합니다』

일본인 특유의 억양이 배어나온긴 했지만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할 줄 아는 데데오(우스자카 스에코) 원장수녀의 인자한 첫인상과 목소리는 낯선 땅에서 한국인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온 수녀회의 정신을 짐작케 했다.

성 프란치스코 의료봉사 수녀회는 1844년 독일 뮨스터에서 작은형제회(당시 프란치스코회) 크리스토퍼 베른슨 마이어 신부에 의해 창설됐다. 창설 초기부터 수녀회의 주된 사도직은 병든 이, 가난한 이, 도움을 필요로 한 이들에 대한 봉사였다.

수녀회 회원을 보면 『예수 그리스도가 가장 작은 형제가 되신 그 신비를 활동적으로 살 수 있도록 불림 받고 있다. 본회는 때와 장소에 적합한 새로운 방법으로 가난한 사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 병든 사람을 향한 봉사를 계속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적고있다. 즉 수녀회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정신을 공유하는 가족의 일원으로서 전(全)교회와 각 소속 교구, 선교지의 복지를 위한 사도직을 부여받았다.

현재는 총본부가 있는 독일을 비롯해, 미국, 폴란드, 일본, 인도, 하이티, 체코, 탄자니아, 대만 등 10개국에서 1500여명의 수녀들이 활동하고 있다.

일본관구는 1948년 미국 관구에서 파견된 선교사들에 의해 시작됐으며, 한국과의 교류는 1986년 수도회 총장일행이 일본 관구 방문의 기회에 한국을 찾음으로써 시작됐다.

이후 1994년 한국 작은형제회에서 운영하는 노인요양시설인 「프란치스코의 집」에서 간호분야에 협력해줄 것을 요청, 이를 일본관구에서 수락함으로써 수녀회의 한국 진출이 구체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광주대교구장이었던 윤공희 대주교도 기꺼이 수녀회의 진출을 허락해줌으로써 현재 장성 프란치스코의 집 뒤편에 수녀회 본원을 설립하고 이곳에서 사도직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의료봉사 수녀회라는 이름답게 수녀 대부분이 간호학과 임상병리, 사회복지 등을 전공했거나 공부하고 있으며, 치매나 뇌졸중 질환으로 인해 전문적인 요양 보호가 필요한 70여명의 노인들을 돌보며, 또 그들의 벗이 되어주면서 동거동락하고 있다.

2002년 11월에는 서울 중구 송월동에 양성의집 공동체를 설립, 현재 한국에는 일본인 수녀 4명과, 한국인 수녀 1명, 유기서원자 1명, 지원자 1명 등 총 7명이 활동하고 있다.

데데오 원장수녀는 『평생 외국이라고는 나가 본 적이 없는 생활이었지만 늘그막에 하느님께서는 생각지도 않은 방법으로 지금 이곳에 있게 해 주셨다』며 『버려지고 아픈 노인들이 저희 수녀들의 자그마한 보살핌으로 새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한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성소모임은 장성 수녀회 본원에서는 매월 셋째 주일 오후 2시에, 서울 양성의집에서는 매월 넷째 주일 오후 3시에 있으며, 매주 토요일 오후 3~5시에는 일본어 성서 읽기 모임도 갖는다.

※문의=(061)392-1402

김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