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교부들의 가르침 (47) 아우구스티누스의 사상 / 장인산 신부

장인산 신부(대전가톨릭대 교수)
입력일 2003-10-26 수정일 2003-10-26 발행일 2003-10-26 제 2370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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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론통해 원죄에 대한 가르침 이끌어
성 아우구스티누스(354~430)는 서방교회의 4대 교부 중에 가장 위대한 교부로서 그의 인물과 그의 역사적 의의는 실로 지대하다. 그는 고대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아들 아우구스티누스의 회개를 위해 오랜 세월 눈물로 하느님께 기도드렸던 어머니 모니카의 정성과 영적 스승이며 아버지 역할을 맡았던 성 암브로시우스 주교의 도움으로 아우구스티누스는 우리 후대 사람들에게 큰 희망을 선사하는 인물이 되었다. 『어떤 성인도 과거가 없는 사람은 없다. 또한 어떤 큰 죄를 지었던 죄인이라도 미래가 없는 사람은 없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 안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크신 사랑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교회는 어머니 모니카와 아들 아우구스티누스의 축일을 나란히 8월 27일과 28일에 지낸다.

독일의 교부학자 알타너(B. Altaner)의 말에 따르면 『위대한 주교 아우구스티누스는 테르툴리아누스의 창조적 정열, 오리게네스의 영적 풍부함, 치쁘리아누스의 교회적 의식, 아리스토텔레스의 예리한 논리를 플라톤의 높은 이상주의와 사변에 결합시킨 분이다. 그리고 라틴인의 실용적 감각을 그리스인의 영적 유연성에 일치시켰다. 그는 교부시대의 가장 위대한 철학가이며, 전 교회의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신학자이다. 그의 저서들은 동시대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 계속해서 독자들에게 열광적으로 읽혀지고 있다』

히뽀의 주교 아우구스티누스는 실로 엄청난 양의 저서들을 남겼으며, 그 안에서 자아인식에서 시작하여 존재, 진리, 사랑, 하느님 인식의 가능성, 인간 본성, 영원성, 시간, 자유, 악, 섭리, 역사, 행복, 정의, 평화 등 철학적인 분야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교 신학 전반을 망라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그에게는 철학자, 신학자, 신비가, 시인, 설교가, 논박가, 저술가, 목자 그리고 수도자라는 명칭이 두루 적용될 수 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사상을 모두 다루려면 많은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특별히 구원론에 대한 아우구스티누스의 가르침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구원론

아우구스티누스의 구원론은 중재자이신 그리스도, 구원자이신 그리스도, 사제이며 동시에 제물이 되신 그리스도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종합할 수 있다. 첫째, 그리스도는 하느님이시며 동시에 인간이시기 때문에 하느님과 인간사이의 중재자(mediator)가 되실 수 있다는 것이다(강론 47,12,21). 사실 진정한 중재가 이루어지려면 서로 연결시켜야 할 양편을 함께 지녀야 하는데, 의로우시고 불멸하시는 하느님과 불의하고 죽어야할 인간 사이에서 그리스도는 하느님처럼 의로운 분이면서도 다른 인간들처럼 죽어야할 분이시다(고백록 10,42,67). 그러므로 신-인(神-人)이신 그리스도는 모든 사람을 위한 구원의 중재자가 되신다. 이 보편적인 길 밖에서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어느 누구도 구원받지 못한다(신국론 10, 32, 2).

둘째, 그리스도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중재자이기 때문에 구원자(redemptor)가 되신다. 그리스도께서 사람이 되어 이 세상에 오신 첫째 목적은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서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에 관련된 성서 구절 60여 곳을 열거한 다음,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음과 죄의 어두움에 묶여 있는 인류를 살게 하고 해방하고 구원하고 비추기 위해 인간이 되셨다. 그러므로 생명과 구원과 해방과 비추임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이는 아무도 그리스도께 속할 수 없다」(죄인의 응보와 용서 1,26,39)는 내용으로 요약한다. 이 말에는 구원에 대한 세 가지 근본 요소가 함축되어 있다. 즉, 그리스도 없이는 아무도 구원될 수 없다는 필요성,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본받아야할 덕행의 모범이 되실 뿐만 아니라 하느님과 화해를 이루는 데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대상성, 끝으로 그리스도께서 모든 사람을 위해 돌아가셨고 아무도 여기에서 제외되지 않는다는 보편성이 있다.

한편 아우구스티누스는 구원론에서부터 원죄에 대한 가르침을 도출했다. 원죄는 인간을 하느님과 분리시켰지만, 그리스도는 우리를 그분과 화해시키셨다. 그리스도께서 모든 이를 구원하셨기 때문에 모든 이는 이 구원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온 인류가 첫째 인간인 아담 안에서 범죄 하였지만, 둘째 아담인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을 받은 것이다. 이 두 가지 유대는 상반된 표지이지만, 인간은 아담과 그리스도와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스도교 신앙 전부는 바로 두 인물의 인과관계로 구성되어 있다』(그리스도의 은총과 원죄 24, 28). 『한 분은 죽음을 가져왔고, 또 한 분은 생명을 선사하셨다』(강론 151, 5).

셋째, 그리스도는 사제이며 제사이기 때문에 구세주이시다. 그리스도는 눈에 보이는 기름으로 도유 된 사제가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께서 사람이 되실 때, 즉 인간 본성이 마리아의 모태에서 그 말씀과 하나의 위격을 형성하기 위해 결합될 때 눈에 보이지 않는 신비로운 기름으로 도유 된 사제이시다』(성삼론 15, 25, 46). 그러면서 그리스도는 사제뿐만 아니라 제사가 되시기를 원하셨다. 『그분은 (하느님) 당신 앞에 우리를 위한 승리자요 희생이십니다. 희생이기에 승리자이십니다. 또 그분은 당신 앞에 우리를 위한 사제요 제사이십니다. 제사이시기에 사제이십니다』(고백록 10, 43, 69). 그리스도는 성부께 가장 참되고 가장 자유롭고 가장 완전한 제사를 바치셨고, 이를 통해 『우리를 악마의 권세에서 해방시키심으로써 인류의 모든 죄를 씻어주고 없애주고 소멸시켜주셨다』(성삼론 4, 13, 16~14, 19)라고 역설한다.

장인산 신부(대전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