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교부들의 가르침 (42) 안토니우스 / 노성기 신부

노성기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입력일 2003-09-21 수정일 2003-09-21 발행일 2003-09-21 제 2365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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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 생활 창시…성서 중요성 강조 
안토니우스는 기도와 하느님께 대한 신뢰라는 무기로 사막의 시련을 통해 하느님을 만났고 수많은 수도자들의 영적 사부가 됐다
오늘은 「은수자(隱修者)들의 아버지」인 안토니우스를 만나러 이집트 사막으로 여행을 떠나자. 비록 안토니우스(251~356)가 최초의 은수자가 아니었고, 그가 수도회를 창설하거나 수도규칙을 만든 것도 아니었지만, 그의 수도생활은 초기 이집트 은수자들과 수많은 수도자들에게 모범이 되었고, 그의 수도생활은 동서방 교회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그는 「은수생활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105세의 나이로 356년에 선종한 안토니우스의 축일은 1월 17일이다.

그는 251년경에 이집트 중부 헤라클레오폴리스의 부유한 그리스도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20살에 부모를 여윈 안토니우스는 어느 날 부자청년에 관한 복음말씀(마태 19, 21)을 듣고 나서 모든 유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은수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빈 무덤 동굴에서 15년 동안 엄격한 은수생활을 했다.

알렉산드리아에 박해가 들이닥치자, 알렉산드리아로 달려간 안토니우스는 감옥에 갇힌 신자들을 격려하면서, 자신도 순교자들의 대열에 들고 싶어했다. 그러나 끝내 순교의 월계관을 허락 받지 못한 그는 슬픈 마음을 간직한 채, 이집트 사막으로 되돌아가 「파스피르」 산악지방에 있는 허물어진 옛 성터에서 20년 동안 은둔생활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안토니우스의 뛰어난 성덕과 그가 행한 수많은 기적을 듣고 찾아와 제자가 되었다. 제자가 된 은수자들은 각자 자신들의 움막에서 살면서 주일과 축일에 함께 모여 성체성사를 거행하고 안토니우스의 지도를 받았다.

안토니우스는 은수생활에 더욱 전념하기 위해 더 멀리 홍해 근처의 콜짐으로 들어갔다. 그는 아리우스 이단자들에 대항하여 정통교리를 옹호해 달라는 아타나시우스 주교의 청을 받고 알렉산드리아로 간 일 외에는 죽을 때까지 사막을 떠나지 않았다.

비록 체계적으로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도와 묵상을 통해서 안토니우스는 「하느님의 지혜를 지닌 사람」, 「은총과 품위를 지닌 사람」이 되었다. 『하루는 철학자가 안토니우스를 찾아와서 물었다. 「은수자님, 독서의 위로 없이 어떻게 고통과 싸워 이겨낼 수 있습니까?」. 안토니우스는 「자연이 바로 책입니다. 나는 자연을 바라보면서 하느님의 글을 읽습니다」라고 대답했다』(소크라테스, 「교회사」 4, 23).

안토니우스는 수도자란 하느님의 종으로서 죽는 날까지 수덕생활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종으로서 그분을 섬겨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종이 감히 어떻게 일하기 싫다고 이미 일한 기간을 따지거나, 「어제 일했으니 오늘은 쉬겠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복음서에 기록된 대로 매일매일 주님의 마음에 들도록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날마다 열심히 수도생활을 합시다』(아타나시우스, 「안토니우스의 생애」 18). 『아침에 일어나면, 저녁때까지 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야 하고, 저녁에 잘 때는 아침에 깨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목숨은 단지 주님의 안배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아타나시우스, 「안토니우스의 생애」 19).

제자들이 안토니우스를 찾아와 『저희가 구원받을 수 있도록 한 말씀 해주십시오』라고 간청하자, 안토니우스는 『성서 말씀을 들어보지 못했습니까? 여러분에게 필요한 것은 성서 말씀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사부님, 저희는 사부님으로부터 한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라고 재차 간청하자, 안토니우스는 『복음서는 누가 오른쪽 뺨을 치거든 왼뺨마저 돌려대라고 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성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성서는 안토니우스와 수도자들에게 은수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스승이었다. 「항상 깨어 기도하라」는 주님의 말씀에 따라 은수자들은 시편 기도를 바치고, 하느님의 말씀이 자신들 안에 육화될 수 있도록 성서 말씀을 암송했다. 안토니우스에게 기도는 하느님의 말씀에 젖어드는 것이며, 마귀의 유혹을 이겨내는 무기였다. 하느님 말씀에 전적으로 응답한 삶을 산 안토니우스는 은수자란 두 주인을 섬길 수 없고 오직 하느님만을 섬겨야 한다는 것을 직접 몸으로 보여주었다. 그는 항상 자신이 먼저 실천한 후 그것을 제자들에게 가르쳤다.

안토니우스는 그리스도 중심적인 영성을 강조했다 :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 그리스도를 완전하게 닮는 것, 승리자이신 그리스도의 은총, 마귀와 대결하신 그리스도의 투쟁, 그리스도께 대한 신뢰심 등.

안토니우스에게 있어서 은수생활은 하느님을 만나기 위한 수단이었다. 단순히 세상을 떠나 사막에 사는 것이 은수생활의 전부는 아니었다. 하느님 안에 머물기 위해서 안토니우스는 「듣는 것의 유혹」, 「보는 것의 유혹」, 「말하는 것의 유혹」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안토니우스는 수도자에게 필수적인 참된 독서는 「마음의 독서」라고 강조했다. 마음을 지키는 것이 수도생활의 중심이며, 수행은 마음의 평화에 도달하기 위한 하나의 특전적인 도구이다.

사막에서 은수생활을 하는 수도자들의 목표는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는 것이며, 이를 위해 수도자들은 자신을 유혹하는 수많은 마귀의 유혹을 극복하고 하느님 말씀에 귀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안토니우스의 가르침이었다. 왜냐하면 수도자는 오시는 주님을 잘 맞이하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성서를 보면, 사막은 하느님의 은총과 마귀의 유혹이 동시에 공존하는 장소이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과 계약을 맺으셨던 장소가 바로 사막이며, 불모의 땅, 죽음의 땅으로 마귀의 유혹이 득실대는 장소도 또한 사막이다. 은수자들은 그리스도처럼 마귀를 물리치기 위해 사막으로 가는 「그리스도의 투사」였다. 철저한 은수생활을 통해 마귀와의 투쟁을 이긴 은수자들은 마침내 하느님을 만났다. 안토니우스는 기도와 하느님께 대한 신뢰라는 무기로 사막의 시련을 통해 하느님을 만났고 수많은 수도자들의 영적 사부가 되었다.

「은수자들의 아버지」로 불린 성 안토니우스.

노성기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