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그리스도교 영성사 (100)

전달수 신부(교황청립 로마 한인신학원장)
입력일 2002-11-03 수정일 2002-11-03 발행일 2002-11-03 제 2321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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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성 이냐시오의 영성 (1)

르네상스는 기대를 모았던것만큼 영성발전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전체 교회의 입장에서 본다면 르네상스의 결과는 교회를 쇄신시키기보다는 분열시킨 것처럼 보인다. 러페브르와 에라스무스가 시작한 영성운동은 중세기와 완전히 단절될 수는 없었다. 영성은 구체적으로 수도생활과 분리될 수 없으므로 여기에 뿌리를 두면서 새로운 방법의 기도 방식을 통해 그 당시 교회에 활력을 불어넣은 분은 단연 성 이냐시오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하느님의 섭리하심은 바스크 출신의 기사 출신 이냐시오를 통해서 적어도 300여년간 교회를 쇄신시키고 영향을 준 원동력이 되게 했다.

돈 이니고 데 로욜라(Don Inigo de Loyola, 1491~1556)) 기사는 1521년 스페인과 프랑스의 국경 빰쁠로나에서 조국 스페인을 방어하기 위해 용감히 싸우다가 부상당해 병원에서 「그리스도의 생애」와 「성인들의 꽃」이란 책을 읽고 회심하여 세속 영예를 버리고 만레사의 동굴에서 오랫동안 기도와 고행을 한 후 전적으로 그리스도에게 귀의했다. 그 때 얻은 체험을 기록하여 영성수련이란 묵상 지침서를 저술했다.

그리스도의 군인으로 새로 태어난 이냐시오는 성지를 순례한 후 돌아와 하느님과 교회에 더 잘 봉사하기 위해 교회 학문을 공부할 계획을 세웠다. 11년 간 라틴어, 철학, 신학을 배웠고 파리에서 수학하던 중 친구들을 모아 영성수련을 시켰다. 그들을 동지로 삼고 청빈과 정결 서원을 한 후 교황을 위한 사도직에 투신하기로 결심하고 영원한 동지로 결속되어 로마로 향했다.

로마 북쪽 9마일 라 스토르타(La Storta)에서 『내가 로마에서 너희를 돕겠다』라는 환청을 듣고 성도 모라에서 예수회라는 수도회를 창설했다(1539년, 교황 바오로 3세).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하여」란 모토를 앞세우고 교회가 필요하고 요구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하기로 하였으며 사실 그러한 정신으로 파견되었다. 단적으로 그의 영성은 영성수련에 잘 나타나 있다.

영성수련(Exercitia Spiritualia)

이 영성 지침서는 성인이 회심한 후 스페인의 만레사(Manresa) 동굴에서 수행할 때 사용한 방법과 체험들 그리고 1년 후 덧붙인 몇 가지 부칙과 애긍시사에 관한 규범, 교회의 정신과 일치하는 사고방식, 그리스도의 지상생애의 사적 등을 합쳐 엮은 것이다. 로마 가톨릭인으로서 이상적인 그리스도인 생활을 하려는 이들에게 대단히 유익한 것이며 지력과 의지를 사용하여 생활을 정리하려고 결심하는 이들에게는 영성생활의 실용적인 교과서와 같은 책이다.

이 지침서의 근본 원리는 『인간은 주 하느님을 찬미하고 공경하며 그분에게 봉사함으로써 자기 영혼을 구하기 위해 창조되었다』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한 달 정도 수행을 하며 4주간으로 나누어 수련을 하게되어 있다.

첫째 주간에는 인간의 기본적이고 공통적인 인생관에 대한 고찰과 묵상을 통해 죄에 대한 묵상과 성찰과 회개를 강조한다.

죄는 천사들의 죄악과 원조들 그리고 개인의 죄악들을 고찰한다. 특히 지옥에 관한 묵상은 죄의 추함과 징그러움을 자아낸다. 각 개인은 생각과 말과 행위와 궐함으로 범죄한 모든 죄악을 상세히 성찰한 후 뉘우치고 올바른 결심을 세운다. 그리하여 영혼의 정화를 위해 총고해의 유익성을 강조하며 죄를 피하기 위하여 양심성찰을 권장한다. 특히 매 묵상이 끝난 다음 주님과 나누는 대화는 묵상을 단순히 추리적으로만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지성과 의지가 일치된 기도로 안내하는 특징이 있을 뿐 아니라 죄를 아파하는 마음과 통회의 눈물을 청하라는 권고는 지성과 감성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정화된 영혼은 두 번째 주간에서 그리스도와 교회를 묵상한다. 그리스도의 나라와 왕이신 그분을 따라나서는 이들의 생활 자세를 언급한 후 그리스도의 추종 자세와 세속의 정신을 묵상함으로써 그리스도 추종 수행 자세를 강조한다. 여기서는 두 개의 깃발과 세 가지 형태의 사람들 그리고 겸손의 세 단계가 특징을 이룬다.

셋째와 넷째 주간에서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을 묵상한다.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제시된 그리스도교의 핵심 사상에 대한 묵상을 통해 진실한 그리스도인의 인생관을 인식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사랑을 얻기 위한 명상」은 언제 어디서나 사랑이신 하느님과 합치하여 살아가는 이상적인 그리스도인의 태도를 제시한다.

이 영성 지침서는 교황 바오로 3세가 장엄하게 인가한 이후 역대 교황들과 영성지도자들의 칭송을 받아왔으며, 이 지침서를 따라 수행한 이들이 세속적인 생활을 청산하고 올바른 신앙인들이 되었으며 위대한 성인들로 태어났다. 대표적 인물로는 전교의 수호자인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등이며 인생의 근본 원리에 입각한 사목적 적용은 시대의 징표에 따라 사명감을 느낀 많은 학자들과 사목자들을 배출하였다. 마테오 리치(중국)와 데 노빌리(인도) 같은 위대한 선교사들도 이 지침서의 영향을 받은 이들이다.

전달수 신부(교황청립 로마 한인신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