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레지오 마리애 50년 근속상 받은 부산교구 96세 이월순 할머니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8-12-04 수정일 2018-12-04 발행일 2018-12-09 제 3123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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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봉사하며 하루하루 주님께 의지했어요”
1953년 세례 후 레지오 참여
고령에도 꾸준히 참여해와

이월순씨가 레지오 마리애 50년 근속패를 보여주며 기도하며 봉사해온 즐거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주님께 대한 온전한 믿음과 마리아께 대한 굳은 신뢰심을 주소서….’ 레지오 마리애 주회 때마다 바치는 기도문 중 특히 이 한 구절이 매일매일 마음속을 파고듭니다.”

이월순(가타리나·부산 연산본당)씨는 아침에 눈을 뜨면 어김없이 성호부터 긋고 하루의 마지막도 기도로 마무리한다. 그리고 일과의 대부분은 봉사활동으로 채워왔다. 이렇게 일상을 하느님의 자비에, 성모 마리아의 전구에 기대 생활할 수 있도록 이어준 끈은 바로 레지오 마리애였다.

이씨는 올해 96세의 고령이지만 현재도 본당 ‘모든 이의 어머니’ 쁘레시디움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달 18일에는 본당 신자들의 축하 속에서, 부산교구장 서리 손삼석 주교 명의로 부산 바다의 별 레지아에서 시상하는 레지오 마리애 50년 근속상도 전달받았다.

이씨는 “그저 성모님과 함께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왔을 뿐인데 벌써 50년이 지났다니 저도 믿기지 않네요”라고 말하며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부산으로 이사를 오면서 혼자서 성당을 찾아간 이씨는 1953년 세례를 받고 곧바로 초량본당에서 쁘레시디움 활동을 시작했다. 근속상에는 이후 양정과 연산본당에서 활동한 기간만 포함돼 있다.

특히 이씨는 레지오 마리애 단원으로서 봉사할 수 있었던 시간에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밤에는 식당 빨래일을 하고 낮엔 봉사하는 삶이 녹록친 않았다. 하지만 그날 하루 자녀들이 먹을 양식만 있으면 그 외의 것은 이웃들에게 나누는 게 일상이었다. 대녀들이 준 선물들은 인근 장애인 혹은 노인시설에 전하기 일쑤였다. 자녀들이 이씨의 칠순잔치를 위해 십시일반 모아준 돈도 아무 말 없이 들고 나갔다. 자녀들은 몇 년이 지난 후에야 어머니의 친구를 통해 잔치 비용이 병원비를 못내 고통 받던 이웃에게 전해진 걸 알게 됐다. 그런 이씨의 모습을 보고 남편은 종종 ‘가타리나 성녀님’이라 부르곤 했다고. 90대에 들어서면서 상설 봉사활동은 하기 어려워졌지만, 요즘엔 이씨의 딸이 어머니를 대신해 연령회 등 봉사에 더욱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모든 걸 다 하느님께 맡겨드리고 기대면 늘 긍정적인 생각밖엔 들지 않아요. 무엇보다 저희 옆에서 성모님께서 항상 함께 기도해주시면서 하느님과 함께할 수 있도록 돌봐주시는 걸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환하게 웃을 수 있습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