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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교구 영북지구 사제모임, ‘작은 형제의 집 철거 요청’ 속초시에 강력 항의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18-11-06 수정일 2018-11-06 발행일 2018-11-11 제 3119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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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급식소 돕지는 못할망정 생존권 위협 말아야”
‘불결한 환경’ 사실과 달라
기자회견 열고 도지사에 청원
서명운동 등 노력 펼치기로

무료 급식소 작은 형제의 집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글라렛 선교 수도회 한국독립대리관구 관구장 김병진 신부가 11월 1일 춘천교구 교동성당에서 속초시의 작은 형제의 집 철거 요청에 대한 입장문을 읽고 있다. 춘천교구 영북지구 사제모임 제공

춘천교구 영북지구(지구장 서범석 신부) 사제모임이 강원도 속초시(시장 김철수)의 ‘작은 형제의 집 철거 요청’에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속초시는 10월 22일 무료 급식소 작은 형제의 집 철거를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춘천교구 김광근 총대리 신부와 글라렛 선교 수도회 낙산 분원에 보냈다. 이 공문에서 속초시는 11월 6일까지 작은 형제의 집 철거 계획을 밝히지 않을 경우, 강체철거 등 관련법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춘천교구 영북지구 사제모임과 작은 형제의 집 운영위원회(회장 이대길) 등은 11월 1일 춘천교구 교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튿날인 2일 최문순 강원도지사에게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청원서에서 “속초시장의 작은 형제의 집 철거 명령을 직권 취소하거나 취소 권고해 달라”고 호소했다. 작은 형제의 집을 철거하라는 요청은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이들이 무료 급식을 받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들은 “작은 형제의 집은 국가나 지자체의 도움 없이 시민들의 십시일반으로만 운영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현재 작은 형제의 집이 돌보고 있는데, 이를 정부와 지자체가 돕지는 못해도 철거를 요청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이들은 “속초시가 작은 형제의 집 철거를 요청하고 있는 이유가 전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속초시는 공문에서 폐건축자재의 무단적치, 불법 소각행위 그 외 각종 폐시설의 야적 등 온갖 불결한 환경 등으로 수많은 민원이 제기돼 왔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뜻이다. 춘천교구 영북지구 사제모임과 작은 형제회 운영위원회 등은 “그동안 속초시의 지적사항을 하나도 빠짐없이 시정해왔고, 웬만한 식당시설보다 작은 형제의 집 위생상태가 낫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작은 형제의 집이 위치해 있는 속초시문화회관의 일부 부지는 속초시가 2001년에 직접 제공해준 땅이다”며 “전임 시장을 비롯해 많은 격려를 보내고 협조해줬던 속초시가 왜 갑자기 작은 형제의 집을 철거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무료 급식소 작은 형제의 집 내부(위)와 외부 전경. 작은 형제의 집 제공

현재 작은 형제의 집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글라렛 선교 수도회 한국독립대리관구 관구장 김병진 신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우리는 루카 복음 10장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 죽어가는 사람을 온갖 정성으로 돌봐준 것처럼, 그리스도인으로서 생존권을 위협 받는 이들이 최소한의 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 신부는 이를 위해 “앞으로 속초시의 작은 형제의 집 철거 요청에 항의하는 서명운동을 펼치는 등 가능한 모든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작은 형제의 집은 천주교 사제·수도자·평신도를 중심으로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에 의해 1996년부터 운영돼 온 무료 급식소다. 속초시가 2001년 속초시문화회관 부지를 작은 형제의 집에 일부 제공하면서 지금의 위치에 자리하게 됐다. 현재 작은 형제의 집 소재지는 강원도 속초시 영랑동 570-5다. 작은 형제의 집에서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평균 80여 명의 노숙인, 장애인 등을 위해 150여 명분의 끼니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