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톨릭신문이 만난 사람]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장 김운회 주교

정리·사진 조지혜 기자
입력일 2017-08-29 수정일 2017-08-30 발행일 2017-09-03 제 3060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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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국가 복지체계 뛰어넘는 ‘인간애’ 실천해야”
복지, ‘국민 모두의 삶’ 위한 것
사회교리 ‘공동선 원리’와 유사

1500여 개 시설 교회가 운영 중
불평등 사회구조 해결에 나서야

복지시설 종사자 인권도 중요
열악한 환경 견디는 이들에 감사
전문 역량과 ‘마음 양성’ 필요

김운회 주교는 사회복지 종사자들에게 “여러분 덕분에 국민들이 행복할 수 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 9월 7일 사회복지의 날 맞아

- 대담 : 장병일 편집국장

9월 7일은 제18회 사회복지의 날이다. 사회복지의 날은 국민의 사회복지에 대한 이해를 돕고 사회복지사 등 관련 종사자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날을 맞아 한국교회 사회복지 사목을 이끌고 있는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장 김운회 주교(춘천교구장)를 8월 23일 춘천교구청에서 만났다.

▲장병일 편집국장(이하 장 국장) : 9월 7일 ‘사회복지의 날’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공포한 날입니다. 이 법은 생활이 어려운 이들에게 필요한 급여를 지급해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사회복지’가 무엇인지, 필요한 이유 등 사회복지에 대한 주교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 김운회 주교(이하 김 주교) : 흔히 ‘사회복지’라고 하면 장애인이나 노인, 사회 취약계층을 떠올리며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것은 좁은 의미의 사회복지입니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 34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대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복지’란 사회보장이나 주택보장 등 전체 국민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사회정책을 의미합니다. 이것을 사회교리에서는 ‘공동선의 원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모든 인간의 통합적 발달을 도모하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사회복지의 날은 사회복지사들을 격려하기 위한 날이기도 합니다. 아직까지 우리 국민들 인식에는 사회복지가 단순한 자선사업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서 사회복지사를 ‘좋은 일에 봉사하는 사람’ 정도로 인식하고 ‘전문가’로 인식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사들의 권익을 향상시켜 사명감과 전문성, 인간애를 가지고 사회복지에 전념할 수 있도록 모두가 관심과 지지, 격려를 보내야겠습니다.

▲장 국장 : 한국교회는 일찌감치 사회복지의 중요성을 알고 한국사회에 복지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복지 관련 사목을 실천해야 하는 근본적인, 신앙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 김 주교 : 가톨릭교회는 본성상 사회복지를 해야 합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제 몸처럼 사랑해야 하니까요. 예수님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예수님께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특별한 사랑과 보살핌의 삶을 보여주셨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와 자의교서 「교회의 가장 깊은 본질」에 교회의 존재 이유는 ‘복음 선포’에 있으며 이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교회는 삼중직무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말씀 선포, 성사 거행, 사랑의 봉사(Caritas, 이하 카리타스)’입니다. 이 삼중직무는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 참된 신앙인으로 거듭나게 해 주는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이 카리타스의 대표적인 형태가 사회복지사업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장 국장 : 전국적으로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이 1500여 개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나 두루두루, 다양한 지역에서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노인복지 분야에서도 유료 요양원이나 실비 양로원이 급격히 증가한 반면 기초 생활수급권자나 무의탁 노인들을 위한 무료 실비 양로원 비중은 감소되고 점차 유료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교회의 사회복지사업 전망이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주교님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 김 주교 : 전국적으로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은 2017년 7월 말 현재 사회복지 13개 분야에 시설이 1500여 개 정도됩니다. 이 시설에서 약 2만여 명이 사회복지사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아동·청소년(약 30%), 장애인(약 27%), 노인(약 23%)복지 순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 시설과 기관 운영에서 수도회(약 38%), 교구(약 37%), 평신도(약 22%), 본당과 성직자 개인(약 3%) 순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를 본다면 다양한 복지 분야에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노인복지 분야에서도 유료 또는 실비 요양원이나 양로원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기초생활수급권자는 정부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있기에 차별이 없고, 무의탁 어르신들을 위해서 교회 기관이나 시설은 이용 정원의 20%를, 이들을 위한 무료 이용 정원으로 책정해 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세상은 급격하게 변화되고 국가도 계속 성장해 나가며 그에 따른 복지도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교회의 사회복지도 지속 발전해 나가며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이들을 돌보기 위한 복지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은 권고 「복음의 기쁨」 202항에서 “가난의 구조적 원인을 해결해야 할 필요성은 절실합니다… 일부 시급한 요구들에만 대응하는 복지 계획들은 임시방편일 뿐인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불평등의 구조적 원인들에 맞서 싸움으로써 가난한 이들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어떠한 해결책도 얻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교회가 지금까지 성실하게 수행해 오고 있는 사회복지 영역은 계승 발전시키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에 따른 가난의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옹호 활동과 정책 제안에 대한 활동도 활발히 전개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장 국장 : 교회가 실행하는 복지사업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형태를 띤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정부의 도움이나 간섭없이 교회가 자율적으로 시행해야 할 복지 사업의 비율이 커져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김 주교 : 동의합니다. 교회 입장에서도 그리스도교 정신으로 열심히 운영하는데 감사에서 지적을 받으면 억울한 마음이 들고 힘이 들 수 있습니다. 또한, 자율적 실행이라는 말이 어떻게 해석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교회가 자율적으로 복지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또한 국가가 성장해 가면서 복지도 발전하면 국가복지체계에서 법과 규정과 매뉴얼에 따라 복지사업도 수행해 가야 합니다. 이 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와 지혜가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가톨릭사회복지는 국가 사회복지의 원칙, 규정, 매뉴얼을 기본에 두고 그것을 뛰어넘는 인간애를 실천해야 합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31항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섬기려면 우선 전문적인 역량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교회의 사회복지 기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전문적인 훈련뿐만 아니라 ‘마음의 양성’이 필요합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장 국장 : 지금까지는 주로 복지수혜자에 대한 배려가 복지의 주된 화두였다면, 앞으로는 복지를 실행하는 사람(사회복지사, 복지공무원 등)에 대한 배려도 주요하게 다뤄야 할 것 같습니다.

- 김 주교 : 맞습니다. 지금은 복지 이용자의 인권 때문에 복지 종사자의 인권이 무시된다는 자조적인 말들이 많습니다. 복지 종사자들의 인권도 소중합니다. 또한 사회복지 종사자의 처우도 많이 좋아졌습니다만 직종(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 소규모시설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에 따라 처우에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에 대한 처우도 개선해야 할 사항입니다.

▲장 국장 : 끝으로 모든 사회복지종사자에게 격려의 말씀 들려주십시오.

- 김 주교 : 사회복지사 여러분! 여러분이 있기에 모든 국민이 행복할 수 있습니다. 열악한 상황과 적은 보수에도 불구하고 버텨주어서 고맙습니다.

김운회 주교와 장병일 본지 편집국장(왼쪽)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정리·사진 조지혜 기자 sgk9547@catimes.kr